[칼럼]‘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독일 사례
동아경제
입력 2013-10-01 11:40 수정 2013-10-01 11:46
최근 정부에서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튜닝시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통상부에서 규제개선과 산업지원 방안을 찾고 있으며, 정부 산하에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가 발족하는 등 튜닝시장에 대한 “튜닝”이 시작됐다. 그 동안 방목된 상태로 음성적으로 커져 온 튜닝시장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발표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이제 “어떻게 자동차 튜닝시장을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독일의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과정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벤치마킹 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자동차 튜닝시장은 그 범위가 매우 광대하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유리 썬팅, 오디오 교체, 외장관리, 그리고 에어로다이나믹, 서스펜션, 엔진 튜닝, 휠, 타이어 교체 등 제조사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무언가 변형을 가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들에 걸쳐있는 튜닝시장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튜닝시장 활성화의 목적을 명확하게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피해가 없는 튜닝”이다. 튜닝시장 활성화는 소비자들의 튜닝욕구 충족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자신의 차에 튜닝을 했을 때, 그 값어치만큼의 만족도와 품질의 안정성, 그리고 사후관리 등이 보장이 되어야 지속적인 튜닝시장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튜닝시장 활성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수십 년 전에 고민을 했었다. 자동차 튜닝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독일 정부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 기둥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에 초점을 두고 자동차 제조사 지원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런데, 독일 정부는 30여년전부터 자동차 튜닝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다. 당시 독일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동차 튜닝은 자동차를 사랑하고 자동차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는 점과 튜닝시장 활성화가 제조사의 기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까지도 인식했다.
1980년대에 독일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분야에 튜닝을 포함하면서, 1987년 BRABUS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독일 자동차튜닝 협회(VDAT)’ 설립을 허가했다. VDAT는 자동차 제조사의 추천과 소비자들의 수요를 참고하여 회원을 가입시켰다. 이렇듯, 정부, 제조사, 튜닝회사, 소비자가 다같이 호흡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들고, 자동차 산업 전반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협회로 만들어 왔다.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는 같은 자동차 산업에 있으면서도 서로 협력하기에 힘든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입하여 여러 가지 행정적 지원이나,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서로 그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다. 이 모든 결과의 중심에는 단 한가지 원칙,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튜닝”을 충족시켜 주자는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즉 튜닝은 소비자의 수요이며, 이 수요를 잘 이용한다면,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 증대와 기술력 향상 효과가 있으므로, 이런 모든 것의 결과로 혜택은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물론 독일 정부가 적극적으로 튜닝시장에 개입한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튜닝을 권장하고 지원을 했던 것은 아니다. VDAT 가입은 어떤 회사에게나 열려 있지만, 협회에 들어가기 위한 인증 절차는 놀랄 만큼 까다롭다. 그러나 협회에 들어가면, 협회 가입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권장할 정도로 협회 회원들의 제품에 공신력을 제공해 준다. 이런 제도라면, 자동차 제조사들도 튜닝협회에 가입된 회사들과 협력하여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가기에 이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과 튜닝회사의 협력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BRABUS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BRABUS는 벤츠 전문 튜닝회사이면서, 독일에서 가장 큰 벤츠 공식 서비스 센터를 가지고 있다. 제조사가 튜닝사에게 공식 서비스 센터를 내준다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벤츠에 대한 모든 기술적 노하우와 비밀 프로젝트를 튜닝사에게 오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윈윈 할 수 있는 상대로 여기고 있다.
BMW는 AC-SCHNITZER를 공식 파트너로 선정하고 있다. AC-SCHNITZER 또한 독일에서 가장 큰 BMW 딜러쉽 및 서비스 센터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독일 BMW 매장에서 AC-SCHNITZER 제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AC-SCHNITZER는 BMW의 공식 레이싱팀을 가지고 있다. 이 팀은 지난 해 세계 3대 레이싱 경기인 DTM에서 우승하여 BMW의 명성을 빛내주기도 하였다.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은 ABT를 파트너로 두고 있다. ABT와 아우디는 같이 한 시간이 100년이 넘는다. 현재 ABT 역시 아우디의 공식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공식 레이싱팀을 튜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일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가 레이싱에 참여하는 이유는 그저 홍보나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레이싱을 통해 극한의 자동차 기술을 시험하는 장이며, 그로 인해 기술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각 제조사들이 준비한 기술력을 서로 경쟁을 통하여 비교해 보는 좋은 기회이다. 이런 레이싱팀을 튜닝회사에 맡긴다는 것은 기술력을 공유할 정도로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의 협력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에서 튜닝 3사에 대하여 언급을 했는데, “그럼 BRABUS, AC-SCHNITZER, ABT를 제외한 수 많은 튜닝회사들은 어떤 형태로 유지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나머지 튜닝회사들은 한 가지 튜닝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제품들을 생산하여 공신력을 얻고 협회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한다. 위에서 말한 자동차 제조 3사가 꼭 하나의 파트너만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필요에 따라 몇 개의 파트너를 만들 수도 있다. 튜닝회사가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에는 물론 제품의 신뢰도가 우선이지만, 사후처리와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규모나 자금력 등도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다른 튜닝회사들은 기술력과 재무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열심히 산업활동을 한다. 이런 자유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산업이 살아 숨쉬고,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튜닝시장은 이토록 활기차게 날이 갈 수록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소비자가 만족하는, 피해가 없는 튜닝” 원칙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그원칙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은 독일의 사례에서 봤듯이, 정부가 앞장서서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간의 가교 역할을 할 때 가능하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들도 소비자들의 튜닝욕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튜닝회사에 기술협력과 레이싱팀 운영 제안을 맡겨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매출액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 세계 정상급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펀 드라이빙’, 튜닝욕구 충족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한다면, 그 혜택은 제조사에게도 돌아옴을 독일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승오토모티브그룹 대표이사 차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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