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급발진 원인 찾았다” 누구 말이 사실인가?
동아경제
입력 2013-05-29 08:30 수정 2013-05-29 10:12
정부가 민간인으로 구성된 급발진연구회(회장 김필수 대림대 교수)에서 제기한 자동차 급발진 원인에 대해 “검증된 사실이 아닌 추정 수준”이라고 28일 밝혔다.
급발진연구회는 지난 27일 차량 급발진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브레이크에 장착된 진공배력장치의 오작동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운전자가 브레이크 작동 시 진공배력장치와 연결된 흡기다기관 내의 급격한 압력 변화로 엔진의 회전수를 제어하는 스로틀밸브가 열려 급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 즉, ‘압력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운전자가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연구회 측의 주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기술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정부는 “차량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운전자의 과실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의 자동차 급발진 원인과 결과에 대한 조사는 객관적인 사실과 실험에 근거해 진행했다”며 “현재까지 조사결과는 급발진 의심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되지 않아 급발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급발진조사보고서에서도 ‘압력서지’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압력서지’에 의해 스로틀밸브가 자동으로 개폐된다는 연구결과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모 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로틀밸브는 양쪽 면이 같은 버터플라이(나비) 구조”라며 “열고 닫는 힘이 필요한데 이 같은 힘은 압력에 면적을 곱해야한다. 단순히 압력 때문에 스로틀 밸브가 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급발진연구회 김창용 연구원은 “그 논리는 스로틀밸브가 완전히 닫혀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며 “스로틀밸브는 항상 2~3% 열려있어 압력 변화로 스로틀밸브가 열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관계자도 “만약 스로틀밸브가 저절로 열려 브레이크가 통제가 안 된다면 그 고유 주파수가 있을 것”이라며 “브레이크 조작에 따른 압력변화로 인한 고유 주파수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급발진연구회는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또한 급발진연구회는 차량 급발진이 주로 가솔린·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SI(Spark Ignition)엔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고 된 급발진 의심사고 122건 중 102건이 SI차량이었다는 것. 김필수 교수는 “가솔린기관은 불꽃점화방식을 사용해 압력서지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디젤기관은 압축착화방식이라 불꽃 없이 압축만으로 폭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급발진 의심현상이 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이에 대한 명확한 출처나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연구회의 통계와 달리 지난해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사고 신고는 135건 이었다”며 “이중 디젤 차량도 20%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2건의 급발진 신고의 출처와 가솔린 차량에서 급발진 현상이 접수된 근거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급발진연구회는 “이번 발표를 통해 급발진 원인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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