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쇼핑몰 대박 비결’ 컨설팅, 부산대 패션거리 살렸다

신무경기자

입력 2019-01-17 03:00 수정 2019-05-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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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
<9> 네이버 상생 공간 ‘파트너스퀘어’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파트너스퀘어 부산’에서 중소상공인, 창작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업로드할 제품을 효과적으로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듣고 있다. 1000만 원 상당의 카메라 등 고가 장비와 조명 및 방음 시설을 갖춘 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해 주기에 매달 2000여 명이 파트너스퀘어 부산을 찾고 있다. 네이버 제공
지난달 14일 찾은 부산 금정구 금정로 부산대 앞 젊음의 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한때 ‘부산 패션 1번지’라 불리던 부산대 앞 쇼핑거리는 ‘임대’ 딱지로 도배된 점포가 가득했고, 쇼핑객들의 발걸음도 뜸해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부산대 앞의 여성의류 판매 업체 ‘온스타일’ 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매장 직원들은 밤새 온라인에서 밀려들어온 주문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포장 작업에 한창이었다.

“오후 늦게야 손님들이 와요. 오전에는 주로 신상품을 촬영해 ‘스타일 윈도’에 올리는 일을 하죠. 강사님들이 알려준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키워드’를 달아서 말이죠.”

박나영 온스타일 대표는 인터뷰 도중에도 분주한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에선 활력이 넘쳤다.

“수시로 손님들과 채팅도 하고요. 하루라도 더 빨리 물건을 배송하려고 오전 5시 퇴근하는 것도 일상이 됐어요. 생활 패턴이 ‘온라인 손님’에게 맞춰진 거죠.”


○ 네이버와 협업이 ‘신의 한 수’

박 대표는 네이버의 도움이 없었다면 주변 옷 가게처럼 매장에 임대 딱지가 붙을 뻔했다고 했다. 그가 2012년 부산대 앞에 매장을 냈을 때만 해도 권리금 1억 원을 줘야 겨우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이 지역 상권은 뜨거웠다. 북적이는 손님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하루 매출 300만 원을 찍었을 정도다. 하지만 불경기를 자영업자가 버텨낼 방법은 없었다. 날이 갈수록 손님 발길은 줄었고, 주변 옷가게들도 하나둘 비어가자 마음고생이 커졌다.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때에 울산에서 옷을 사러오는 한 단골손님이 “매번 찾아오기 힘드니 네이버에서도 옷을 주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요청이 실마리가 됐다. 절박한 심정에 스타일 윈도를 열었다. 스타일 윈도는 네이버 쇼핑 내 패션·잡화 코너로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만 개설할 수 있다.

초기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박 대표는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네이버가 2017년 해운대구에 문을 연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를 찾았다. 파트너스퀘어는 네이버가 지역 중소상공인들과의 협업, 교육을 위해 만든 오프라인 공간이다. 전문 강사들로부터 광고 노하우, 사업자 전용 메신저(네이버 톡톡)를 통한 고객 관리법, 빅데이터 활용법 등을 전수받았다. 그러자 상황은 달라졌다. 놀랍게도 매출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했을 때보다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박 대표는 “파트너스퀘어에서 전수받은 노하우 덕분에 주문이 더욱 밀려들고 있어 물건을 쌓아두고 포장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매장에서 손님 받기가 어려워져 옆에 점포를 추가로 임차하게 됐고, 직원들도 4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온스타일처럼 부산대 앞거리에서 스타일 윈도를 운영하는 옷 가게들은 파트너스퀘어의 이 같은 지원 덕분에 거래액이 2018년 현재 115억9200만 원으로 2016년(39억4500만 원) 대비 3배로 늘어났다. 부산 지역 패션 사업자의 40%가 네이버 쇼핑을 주요 온라인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어 전체 거래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부산지역 스타일 윈도 매출의 90% 이상이 부산 이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 고용 증가, 일자리 창출, 창업 활성화까지

네이버가 부산 지역 중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파트너스퀘어를 설립하면서 지역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교육 사업을 무료로 진행하고 창작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산 지역의 고용을 늘리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해 꺼져가던 지역경제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파트너스퀘어 부산에서 만난 온라인 의류 판매 업체 본투비미의 강모 대표는 네이버가 제공하는 시설과 교육이 없었다면 쇼핑몰 창업은 단지 꿈에 머물렀을 것이다. 강 대표는 다니고 있던 회사를 휴직하고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여간 파트너스퀘어를 찾아 쇼핑몰에 업로드할 상품의 키워드(상품 정보) 작성하기 같은 기초적인 교육부터 포토샵, 키워드 광고 집행, 세무·노무 등 20여 개의 강의를 받았다. 이날은 파트너스퀘어 스튜디오를 빌려 3시간이 넘도록 쇼핑몰에 올릴 신상 옷들을 촬영 중이었다.

강 대표는 “파트너스퀘어에서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관련된 새로운 강의들을 꾸준히 들으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며 “아직 주문이 많은 건 아니지만 조만간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파트너스퀘어는 1인 미디어, 작가, 화가 등 창작자들에게 사실상 창업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날 만난 1인 미디어를 희망하는 김태우 씨는 매일 두 시간 거리의 파트너스퀘어에 출근한다. 1000만 원 상당의 카메라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상주하는 프로듀서(PD)로부터 원하는 콘셉트의 촬영 구도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시끄럽게 떠들 수 있는 방음 공간을 무상으로 빌릴 수 있어 좋다. 김 씨는 “파트너스퀘어는 취업 대신 1인 미디어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준 가장 큰 조력자”라고 했다.

파트너스퀘어 부산은 2017년 6월 문을 연 후 1년 동안 3만 명의 사업자가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패션·의류에 특화된 전문 커리큘럼을 구축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역 인기 블로거들이 전문 강사로 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블로거 ‘역장’은 자신의 블로그 운영 경험을 살려 파트너스퀘어에서 사진 촬영, 편집에 대한 노하우 등을 강의하며 인기 강사로 우뚝 섰다.

정성주 부산시 중소상공인지원과 주무관은 “네이버의 소상공인 대상 디지털 마케팅 교육과 인프라 지원이 중소상공인들의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성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파트너스퀘어 부산을 통해 더 다양한, 새로운 디지털 가치가 창출돼 지역 사회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의류, 광주는 푸드… 지역별로 차별화▼

‘파트너스퀘어’ 전국 확장 추진


네이버는 중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의 창업과 사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오프라인 성장 거점인 ‘파트너스퀘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는 2013년 5월 서울 역삼과 왕십리(스튜디오)에 지어졌다. 처음에는 사업자 대상 검색광고 교육과 마케팅, 세무·노무·고객관리(CS) 등 온라인 비즈니스에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로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거점을 지방으로 확장하면서 교육 방향도 살짝 틀었다. 파트너스퀘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역별 특화 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파트너스퀘어 부산에서는 패션·의류에 특화된 전문 강의와 1인 미디어 제작자를 위한 스튜디오 등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파트너스퀘어 광주는 푸드·리빙 콘텐츠 교육으로 특화했다. 사업자, 창작자뿐 아니라 그 밖의 이용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비즈니스와 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년 동안(2013∼2018년) 전국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는 총 32만 명의 사업자와 창작자가 방문해 4500회 이상의 교육을 들었다. 1인당 파트너스퀘어에서 참여한 교육 시간만 4시간 12분에 달한다. 올해는 서울 강북과 대전에도 파트너스퀘어를 설립하는 등 지원 사업을 계속 확장할 예정이다. 추영민 네이버 창업성장지원 태스크포스(TF) 리더는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온라인 사업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과 강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파트너스퀘어가 중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매출 규모별로 50여 개 강의로 나눠 제공해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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