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노화 정복해도 중간수명 156세?…발목잡는 ‘체세포 돌연변이’ [노화설계]

박해식 기자

입력 2026-07-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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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약 30억 원을 들여 회춘과 장수를 추구하는 ‘죽지 않기(Don’t Di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49). 인스타그램 캡처.

 의료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노화에 따른 손상을 대부분 되돌릴 수 있다면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암을 정복하고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사라지며 근육 약화 등 노쇠의 원인까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가정한 경우다.

이처럼 더없이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인간의 중간수명은 200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 이유는 평생 세포에 축적되는 체세포 돌연변이가 수명의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를 복제하거나 일상적인 손상을 복구할 때 발생한다. 생식세포 돌연변이와 달리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축적되며 세포를 손상시키고 기능을 떨어뜨려 노화 관련 질환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포 재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조직에서는 돌연변이가 축적된 세포를 새 세포가 대체하기 어려워 손상이 오래 남는다. 문제는 체세포 돌연변이는 다른 노화 징후와 달리 현재 알려진 치료법으로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러시아 스콜텍(Skoltech) 연구소와 인공지능연구소(AIRI) 공동 연구진이 노화와 함께 세포에 축적되는 체세포 돌연변이가 인간의 수명 한계를 얼마나 낮추는지를 처음으로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노인학 분야 국제 학술지 ‘npj Aging’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다단계 수학 모델을 개발해 다양한 노화 기전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체세포 돌연변이만 남았을 때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먼저 나이가 들어도 사망 위험이 전혀 증가하지 않는 가상의 ‘비노화 인간(non-aging human)’을 설정했다. 이 가정에서는 중간수명(사망 시점을 순서대로 배치할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수명)이 1759년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여기에 체세포 돌연변이를 다시 반영하자 중간수명은 156년으로 급감했다. 이는 세포가 거의 재생되지 않는 조직(비재생 조직)이 체세포 돌연변이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심장근육은 거의 재생이 되지 않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논문 제1저자인 예브게니 예피모프(Evgeny Efimov) 스콜텍 바이오메드기술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조직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라며 “분열 능력이 없는 신경세포와 심장근육 세포가 인간 수명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간처럼 재생 능력이 뛰어난 조직은 세포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돌연변이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하며, 수천 년 동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직마다 재생 능력이 크게 다른 점은 치매나 심부전과 같은 질병이 노년층의 주요 질병으로 자리 잡는 이유를 설명한다. 치매와 심부전이 각각 신경세포와 심장근육처럼 재생 능력이 제한적인 조직의 손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주요 장기의 모델을 모두 통합한 결과, 다른 모든 가역적 노화 현상이 완전히 제거되더라도 체세포 돌연변이만으로 인간의 중간수명은 약 146~194년 수준으로 제한된다고 계산했다. 현재 선진국 평균 기대수명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공동 저자인 스콜텍 바이오메드기술센터의 드미트리 크리우코프(Dmitrii Kriukov)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체세포 돌연변이가 노화에 상당히 기여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실제 인간의 사망 위험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단백질 항상성의 붕괴(세포 내 단백질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현상),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후성유전학적 변화 같은 다른 노화 기전들도 수명 제한에 비슷한 수준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각 노화 기전이 인간 수명을 얼마나 제한하는지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노화 기전을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책임자인 예카테리나 흐라메예바(Ekaterina Khrameeva) 스콜텍 바이오메드기술센터 부교수는 “우리는 돌연변이가 해롭다는 사실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명을 얼마나 단축하는지 수치로 계산해 다른 노화 과정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어떤 노화 기전에 가장 많은 관심과 연구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체세포 돌연변이가 인간 수명을 제한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수치로 보여주는 동시에, 어떤 노화 기전을 우선 공략해야 하는지 판단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38/s41514-026-00421-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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