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중 63%→52%”… 부자들, 부동산 줄이고 금융 늘렸다
황소영 기자
입력 2026-04-15 17:46
GETTYIMAGES‘부동산 불패’를 당연하게 여겨온 자산가들의 투자 공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50대 이하 신흥 부자를 중심으로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자산시장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5일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통해 최근 10년 이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축적한 50대 이하 ‘신흥 부자(K-EMILLI)’와 기존 부자 집단의 자산 형성 방식과 투자 성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 27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부자들은 더 이상 ‘부동산 중심 투자’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증식 방법으로 금융투자가 부동산보다 효율적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48%로 기존 부자보다 높았다. 실제 투자에서도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스타트업 투자 등 금융 중심 자산 운용이 두드러졌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한 외형’이다. 신흥 부자의 평균 연령은 51세로,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지만 44%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직업 역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 대표나 자영업자가 중심이던 기존 부자 집단과 비교하면, 샐러리맨 비중이 훨씬 높은 셈이다.
하지만 소득과 자산 축적 능력은 평범하지 않다. 이들의 연평균 가구소득은 5억 원대에 달했으며, 근로소득 외에도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은 대학원 이상 학력을 보유한 고학력자로 높은 소득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자산을 빠르게 늘리는 특징을 보였다.
자산 형성 방식은 ‘저축과 투자’의 결합이다. 종잣돈을 마련하는 단계에서는 예·적금(43%)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축적한 뒤 이후에는 소득 증가와 금융투자를 통해 자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았고 금·은 등 현물자산이나 예술품,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스타트업·벤처기업 투자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모습도 나타났다.
투자 철학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신흥 부자 10명 중 9명은 “투자 대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고 답해, 무작정 분산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시에 ‘가능성이 있다면 대출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는 응답도 24%에 달해, 적극적인 투자 태도도 함께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신흥 부자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부자 집단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5년간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부동산 비중은 63%에서 52%로 감소한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35%에서 46%로 증가했다.
자산 운용 전략 역시 금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올해 전체 부자의 39%는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18%로, 그 반대(10%)보다 많았다.
수익 기대치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부자 10명 중 6명은 올해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1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었다. 선호 금융상품 역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예금 선호도가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ETF로 관심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융투자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분산시키려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물려 금융자산 투자 확대는 바람직한 흐름”이라며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금융 투자로의 이동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혁신 산업으로 자금이 실제 흘러가려면 금융권이 관련 투자 상품과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의 모습도,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건물주’ 중심의 자산 축적 모델에서 벗어나, 평범한 직장인이 금융 투자와 소득 확장을 통해 자산을 키우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한국의 부(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