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앞두고 ‘9900억’ 상대원2구역 계약 해지… 시공사 공백으로 조합원 부담 가중
황소영 기자
입력 2026-04-14 08:58 수정 2026-04-14 09:05
경기 성남시 상대원2구역 조합원들이 GS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앞둔 지난 2월, GS건설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DL이앤씨는 13일 공시를 통해 경기 성남시 상대원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도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해지 금액은 약 9849억 원으로 회사 연간 매출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이틀 전 11일 조합 정기총회에서 계약 해지 안건이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DL이앤씨는 “시공자 지위 확인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원2구역은 지난 2014년 정비구역 지정, 2015년 시공사 선정 이후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이주와 철거까지 완료된 상태다. 통상 해당 단계에서 곧바로 착공에 들어간다. 10년 넘게 진행해 온 사업이 공사만 남긴 시점에서 멈춰선 것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브랜드와 공사비를 비롯해 조합 측 이해 관계 개입 등이 꼽힌다. 조합의 경우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지 않은 점과 공사비 인상을 문제 삼아 시공사 교체를 주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DL이앤씨는 조합장이 특정 마감자재 업체 제품 사용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면서 교체 압박이 본격화됐다고 반박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주요 마감재를 특정 업체로 지정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새로 선정될 시공사가 해당 업체 제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겉보기에는 다른 브랜드지만 실제 운용 주체는 동일한 곳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수사로 이어졌다. 해당 마감자재 업체가 조합장에게 약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진술했고 경찰을 지난달 13일 조합 사무실과 조합장 자택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3월 22일에는 사업에 관여했던 전직 직원의 공개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해당 전직 직원은 약 180회에 걸친 접대와 고급 호텔 숙박, 파인다이닝 식사 등이 조합장에게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장 측은 이에 대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른 왜곡된 내용”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시공사 교체 추진 속 권력 충돌… 해임·가처분으로 번진 내홍
시공사 선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조합 내부도 빠르게 균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합장 측은 지난달 7일 대의원회를 열어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시공사 교체 절차를 본격화했다. 반발은 거셌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4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과 이사 2인 해임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고 조합원 약 95%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조합장 측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총회 무효를 주장했다.
해임안 의결에도 실제 해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합장이 4월 6일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달 10일 이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조합장은 다음 총회에서도 법적으로 직무를 유지했다.
조합장이 해임 위기를 모면한 가운데 지난 11일 열린 총회에서 시공사인 DL이앤씨 계약 해지 안건이 가결됐다. 다만 이어진 2부 임시총회에서 GS건설 시공사 선정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시공사 교체를 추진했지만 정착 시공사 선정에는 실패한 셈이다.
10년 만에 시공사 공백… 이주비 이자 부담 결국 조합원에
시공사 공백 현실화로 사업이 멈춘 가운데 비용 부담은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모습이다. 조합은 이달 12일 공지를 통해 시공사 공백으로 재원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알렸다. 이주비 대출 이자를 더 이상 대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합장 측은 13일 조합원이 직접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지난 1월 시공사 변경 시 이주비 이자 지급 지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도 DL이앤씨는 사업 정상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이자와 관련해 조합원 요청이 있을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GS건설 역시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상대원2구역은 약 10년 전 진행했던 시공사 선정 절차를 되풀이하게 됐다.
조합 내부 전선도 다시 형성되는 흐름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달 초 조합장 해임 총회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주비 대출 이자 부담으로 조합원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절차를 보완해 다시 표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법적 분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가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에 나서면 손해배상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총회 효력과 조합장 해임 적법성, 계약 해지 정당성 등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질 경우 4885가구 대규모 사업이 상당 기간 표류하게 될 전망이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