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선행매수 숨긴 애널리스트…대법 “사기적 부정거래 해당 가능”

뉴스1

입력 2026-03-0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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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직접 이익 없어 부정수단 아냐”…대법 파기환송
‘선행매매 혐의’ 이진국 전 하나증권 대표 무죄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 뉴스1 

증권 애널리스트가 제삼자 명의로 선행 매수하게 하고 이를 밝히지 않은 채 종목 추천 보고서를 공표한 행위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애널리스트 이 모 씨 사건에서 원심판결 중 사기적 부정거래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이진국 전 하나증권(당시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 씨는 자신이나 팀원이 작성하는 기업분석보고서를 공표할 경우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이용해 미리 해당 종목을 이 전 대표와 장모 계좌 관리인이 매수하게 한 뒤 조사분석자료 공표 후 매도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른바 ‘선행 매매’다.

이를 통해 이 씨는 이 전 대표가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47개 종목에서 총 1억3962만여 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방법으로 이 씨의 장모는 2018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총 9개 종목에서 1393만여 원을 취득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심은 사기적 부정 거래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에 관해선 무죄를 선고했으나, 기업분석 보고서 관련 직무 정보 이용으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하며 이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심은 사기적 부정 거래 무죄 이유에 관해 이 씨가 직접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고 공모·수익 배분 약정이 없으므로 부정 수단을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선 선행매매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대법은 이 씨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관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면서 해당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은 우선 구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는 행위’가 사회 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모든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투자자문업자 등과 제삼자의 관계, 실질적 투자 판단 주체, 투자자문업자 등의 금전적 이익은 물론 평판·정보교환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대법은 이 씨 행위에 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이 씨의 조사분석자료에는 ‘작성한 애널리스트가 외부 압력·간섭 없이 신의 성실하게 작성했다. 제삼자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없다’ 등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런 내용을 신뢰하고 투자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특정 증권을 추천해 보유하게 했다는 사실은 이 씨가 조사분석자료에서 해당 증권을 추천하는 동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그 행위로 얻은 이익, 회피한 손실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며 “이 씨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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