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사면 자동 기부… ‘매스 기빙’ 뜬다

동아일보

입력 2012-12-25 03:00 수정 2012-12-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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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지영 씨(31)는 최근 지인들에게 나눠줄 연말 선물로 향초를 샀다. 1만 원 안팎의 제품을 사면 500원씩 어린이를 돕는 데 쓰인다. 김 씨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돈을 쓴다면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제품을 사고 싶다”며 “나 자신이 사회와 이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물건을 사면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매스 기빙(Mass Giving)’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의 원료와 제조과정이 윤리적인지 따져보는 ‘착한 소비’ 트렌드가 제품을 구입한 뒤에도 사회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기업들도 혼자만의 사회공헌활동이 아닌 고객과 함께하는 활동을 늘리고 있다.


○ 기부로 이어지는 소비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백화점의 수많은 장식과 조명은 창고로 들어가거나 폐기 처분된다. 현대백화점도 매장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용 북극곰 인형들을 창고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고객들이 ‘이 인형은 어디서 파느냐’고 문의해 오기 시작했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매스 기빙’이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제일 작은 인형(12cm)을 5000원에 파는 등 인형 약 5000개를 29일부터 수도권 8개 점포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고객들은 원래 가격의 반값으로 조안오 제주조안베어뮤지엄 관장이 디자인한 북극곰 인형을 갖게 되고, 백화점은 그 돈을 전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환경단체 ‘국제북극곰협회(PBI)’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대현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전무는 “소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보호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 안내물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연말을 맞아 ‘그린 크리스마스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이 1만2000∼1만8000원인 제품을 하나 살 때마다 500원을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비욘드의 ‘립스틱을 부탁해’는 멸종위기 동물을 돕는 제품이다. 제품도 동물 모양으로 돼 있고 판매 수익금 일부를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는 데 쓴다.


○ 진정성 원하는 소비자

매스 기빙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3세계 어린이에게 새 신발 한 켤레를 보내는 미국 신발 브랜드 ‘탐스’가 원조로 꼽힌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제품을 팔 때마다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보내는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가 대표적이다.

한 수입 브랜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컸던 한 해라 고급 브랜드들도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 특히 매스 기빙 트렌드가 빨리 확산된 곳으로 통한다. 탐스 신발의 첫 번째 해외 판매국은 한국이었다. 스티브J&요니P 등 인기 디자이너들과 가수 신효범이 참여해 25일 여는 ‘가짜 모피 패션쇼’는 소비와 동물 보호,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행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재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자기만을 위한 소비에서 벗어나 남과 무언가 나누고 싶어 하는 소비자와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원하던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기업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기부해야 오랫동안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매스 기빙(Mass Giving) ::

대중이 소비를 통해 힘을 모아 사회 기부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제품 판매, 사회공헌활동, 소비자의 의지가 모여 새로운 기부 트렌드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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