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부활인가 반짝회복인가

올 상반기 487만대 팔아 세계 1위 자리 되찾아… 영업익 1조엔 돌파 자신감
엔고와 中시장 反日감정… 수출에 찬물 끼얹을 수도

도요타 부활의 신호탄인가, 일시적인 회복인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수년간 추락을 거듭했던 도요타자동차가 최근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GM과 폴크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로 뒤처졌지만 올해 상반기에 487만 대를 팔아 판매량 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2900억 엔(약 4조1700억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요타의 위기는 2008년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왔다. 선진국 경제가 얼어붙고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2009년 3월 도요타는 4370억 엔의 순손실을 보였다. 순손실은 60년 만에 처음이었다.

2010년에는 리콜 사태가 터졌다. 북미 지역의 800만 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1000만 대를 리콜했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과 부품업체가 몰려 있는 태국 홍수로 부품 공급이 중단돼 제대로 차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세계 판매 1위 자리도 경쟁사에 내줬다. 시장에서는 “도요타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도요타의 위기의식이 커지기 시작하던 2009년 창업주 3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끝없는 시련이 이어졌지만 그는 원칙에 집중했다. ‘도요타 방식’으로 불리는 협력사와의 협력과 부품 체계 통합으로 원가 절감에 나섰다. 생산과 구매, 연구개발, 해외판매 조직의 개편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군살을 뺐다. 그룹 이사진은 27명에서 11명으로 줄였다. 임원진도 20%가량 줄었다.

도요타의 뚝심은 올해 들어 힘을 발휘했다. 도요타는 올 1분기(1∼3월)부터 세계 판매량 1위로 올라섰다. 올해 총 19종의 신차를 내놓고 5년 만에 영업이익도 1조 엔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신중론도 많다. 도요타는 올해 순익을 7600억 엔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엔화 강세도 도요타 부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시장에 기대하기도 힘들다. 일본 정부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선언 이후 중국 국민의 반일 감정이 커지자 도요타는 중국 수출용 고급 차종 ‘렉서스’를 감산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무리한 원가절감도 부메랑이 돼 도요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10년 대규모 리콜을 불러온 것도 무리한 원가 절감과 부품 조달의 글로벌화로 품질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