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시’ SSAT, 역사문제 3분의 1이 중국관련 출제

김성규기자 , 황태호기자

입력 2015-04-13 03:00 수정 2015-04-1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4월 셋째주말 10만여명 ‘기업고시’ 후끈

삼성그룹 상반기 공채 지원자들이 12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 사범대 부속고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치른 뒤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말 이틀 동안 재계 순위 1, 2위 그룹의 입사시험이 나란히 치러졌다.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12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5개 광역시와 미국(뉴욕, 로스앤젤레스) 캐나다(토론토) 등 해외 3개 도시의 80여 개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전날인 11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HMAT)가 서울 4곳, 부산과 전북 전주 각각 1곳 등 모두 6개 시험장에서 진행됐다.

삼성그룹이 올해 하반기(7∼12월·시험 일자는 10월)부터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만 SSAT를 볼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바꾸기 때문에, 이날 SSAT는 현행 채용방식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삼성고시’로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결시자는 거의 없었지만 전제 응시자 수는 9만여 명으로, 상하반기 각각 10만여 명이 지원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서류전형에서 에세이도 함께 써 내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AT에는 모두 1만여 명이 응시한 것으로 추산된다.


○ “시각적 사고 과목 어려웠다”


SSAT는 지난해와 같이 언어, 수리, 추리, 상식, 시각적 사고 등 5개 과목에서 160개 문항이 출제됐다. 고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단국대 사범대 부속고에서 만난 응시생들은 하나같이 “시각적 사고 과목이 정말 어려웠다”며 “도형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을 다 빼앗겼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이 과목은 공간지각(空間知覺) 능력을 보는 분야다. 예를 들면 ‘구멍이 뚫린 채 접혀 있는 종이를 완전히 펼쳤을 때 구멍의 위치’와 같은 문제가 나왔다.

HMAT에서도 이 유형의 과목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HMAT 공간지각 과목에선 ‘주사위 전개도를 접은 뒤 몇 바퀴 굴렸을 때 특정한 면의 위치’를 묻는 등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면서 총 25개 문제를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30분 내에 풀도록 했다.

삼성 관계자는 “시각적 사고는 필기시험이 가능한 과목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암기나 벼락치기 학습과 상관없는 순수한 사고 능력을 볼 수 있는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매해 수만 명씩의 입사지원자를 받는 대기업으로 볼 때 지원자의 ‘옥석(玉石) 가리기’에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 역사는 까다로워

SSAT에서 나머지 유형의 과목은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분서갱유(焚書坑儒)나 아편전쟁 등 중국 역사를 묻는 문제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체 역사 문제 가운데 3분의 1(10여 개 중 3개 이상) 정도가 중국 역사와 관련된 문제로 출제돼 “삼성그룹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응시생들이 많이 준비했을 법한 삼성그룹 제품에 대한 문제는 한 문항도 없었다.

HMAT에선 ‘역사에세이’ 과목을 통해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정해 현대자동차의 핵심 가치 중 2가지와 연관지어 서술할 것’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의 긍정적인 부분(미국 탄생)과 부정적인 면(약탈)에 대한 견해’라는 두 문제 중 하나를 택해 30분 안에 700자로 쓰도록 했다. 역사에세이는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은 제외한 현대차 응시자에게만 해당됐다.


○ 삼성, 하반기부터 채용방식 변경

삼성그룹은 SSAT에서 채용인원의 2∼3배수를 뽑아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4000∼4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체 채용인원 9500여 명의 30∼40%를 상반기에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1만 명에 못 미치는 두 그룹의 상반기 채용 필기시험에 응시한 취업준비생은 10만여 명. 국내 30대 그룹의 올해 채용계획 규모(12만1801명)에 버금가는 수치다. 하반기에 도입되는 직무적합성평가는 매년 SSAT 응시자가 수만 명이나 되면서 “사회적 자원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이 마련한 대안이다.

영업·경영직의 경우 평소 지원자가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직무에세이’에 녹여 제출해 합격하면 SSAT 응시 자격을 갖게 된다. 연구개발·기술직의 경우 전공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먼저 평가받는다. 가령 소프트웨어직군(S직군)은 코딩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삼성 관계자는 “직무별로 좀 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변화”라고 밝혔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성규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