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비에 발목 “삐걱 제네시스, 굴욕 LF쏘나타”

동아경제

입력 2014-03-19 08:30 수정 2014-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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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회사를 대표하는 신차들을 잇달아 내놨지만 연비에 발목을 잡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관련 소송부터 시작해 출시를 앞둔 신차의 연비가 잘못됐다는 사과문까지 배포하며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

현대차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신형 LF쏘나타의 연비를 당초 12.6km/ℓ라고 공개했으나, 정부 측정을 거친 결과 0.5km/ℓ 떨어진 12.1km/ℓ로 최종 확정됐다며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연비측정 시험을 거친 신형 LF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의 복합연비를 최종 확정해 지난 14일 현대차에 통보했다.

정부의 연비 사전검증제도를 보면 자동차회사는 자체시험을 거쳐 신차의 연비를 측정하고, 이를 산업부가 검증해 표시연비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동차회사가 산출한 연비가 산업부와 3% 이상 오차를 보일 경우 산업부의 연비로 표시연비를 결정한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신형 LF쏘나타의 3개 모델(2.0가솔린, 2.4가솔린, 2.0LPI) 연비를 측정한 결과 2.0가솔린 연비가 오차 허용범위인 3% 보다 낮은 12.1km/ℓ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개 모델은 오차가 3% 이내에 들어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일 언론 설명회를 통해 사전 공개된 신형 LF쏘나타의 연비를 12.6km/ℓ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 측은 “차체가 커지고 안전사양을 대폭 추가했으나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써 45kg 수준으로 중량 증가를 최소화했다”며 “이런 결과를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미인증 된 수치를 언론에 공개했고 최종 정부 인증 결과와 차이를 가져와 혼란을 드리게 됐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벌어진 연비과장 광고 집단소송에서 현대기아차는 소비자 90만 명에게 3억9000만 달러(한화 약 4191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며 연비와 관련해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에는 캐나다에서도 17만1000여명에게 7000만 달러(약 680억 원)를 보상하기로 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싼타페DM의 연비기준 부적합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현대차가 내놓은 신차의 차체 중량 증가와 이에 따른 연비 하락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의 출시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신형 제네시스 G330의 경우 연비(9.4km/ℓ)가 같은 배기량의 이전 모델(BH330)보다 0.2km/ℓ 나빠졌고, 최고출력도 18마력 감소하는 등 이전 모델보다 떨어진 성능을 보였다.

최근 세계 자동차 개발 경향은 신소재 및 구조 혁신을 통한 경량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기름 값이 오르면서 연비를 향상시키는 게 자동차 업체의 생존 방식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본 소재를 철 대신 알루미늄, 탄소섬유 등으로 바꾸는 추세다. 통상 차량 무게 100kg을 줄이면, 연료는 1km당 0.3~0.5ℓ 절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출시하는 신차들은 이러한 추세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신차의 경우 편의 및 안전 기능을 늘리면서 엔진 효율을 희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등을 위해 차량 경량화가 최대 이슈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경쟁력 후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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