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연예인들, 몽땅 잃고도 미련

동아일보

입력 2013-11-15 03:00 수정 2013-11-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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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토토 도박 7명 기소
이수근 3억7000만원-탁재훈 2억9000만원-토니안 4억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앤디 붐 등 연예인 7명이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일명 ‘맞대기’)을 한 혐의(형법상 상습도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축구 동우회나 군대 연예병사를 하며 알게 된 개장자의 권유로 도박에 참여해 개인별로 수천만 원에서 최대 17억9000만 원까지 판돈을 걸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연예인을 포함한 도박 참가자 21명을 적발해 1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도박 개장자 2명은 형법상 도박개장,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가담자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수근 씨와 탁재훈 씨는 4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만 씨와 축구 동우회 활동을 하며 한모 씨(37·구속 기소)와 김모 씨(37·구속 기소)를 알게 됐다. 한 씨와 김 씨는 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박지성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베팅을 권유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 씨와 탁 씨는 승리가 예상되는 팀과 베팅액을 문자로 보냈다.

이 씨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억7000만 원, 탁 씨는 비슷한 기간에 2억9000만 원을 베팅했다.

토니안 앤디 붐 양세형 씨는 같은 시기에 연예병사로 근무하면서 휴가 중에 도박 개장자 김 씨를 알게 됐다. 이들은 복무기간 중엔 영외 행사 때 지급되는 휴대전화로 몰래 맞대기에 참여했다. 휴가나 외박을 나갔을 때는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토니안은 2009∼2012년 4억 원을 베팅했고, 나머지 3명은 2010∼2011년 2600만∼4400만 원을 걸어 약식 기소됐다. 토니안과 양세형 씨는 제대 뒤에도 한동안 맞대기를 했다.

전직 개그맨 공기탁 씨는 기소된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도박에 쏟아 부었다. 그는 유흥주점을 드나들며 알게 된 사람의 권유로 2008년부터 3년간 17억9000만 원을 걸었다.

이들 연예인은 결과적으로 도박에 베팅한 돈을 거의 모두 잃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연예인들은 도박 사실을 숨기기 위해 1인당 2∼5개씩 차명계좌를 동원했다. 검찰 관계자는 “맞대기가 합법적이라고 인식했다면 매니저나 친구 가족 명의 계좌로 도박 자금을 거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근 씨의 매니저 김모 씨(32)는 차명계좌를 빌려주고 지시대로 베팅을 해준 혐의(도박방조)로 불구속 기소됐다.

연예인들은 베팅액 상당수를 잃으면서도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 비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베팅 1회에 10만 원씩, 하루 6번까지로 제한되지만 사설 스포츠토토는 무제한이다. 또 후불제라 도박 자금을 미리 마련하지 못해도 베팅할 수 있다.

이들은 검찰이 김용만 씨와 관련된 개장자의 계좌 기록을 조사하면서 덜미를 붙잡혔다. 연예인들은 처음에는 변호인을 통해 변명하다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자백하고 반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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