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닛산 쥬크 “이게 뭐야! 2800만 원짜리 깡통車?”
동아경제
입력 2013-10-17 09:00 수정 2013-10-17 09:26
“가격을 파격적으로 책정하다보니 기본적인 편의사양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TPMS(타이어공기압 경보장치)는 물론이고 안개등 조차 없다. 소비자들의 수입차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다보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원가절감에 나서며 기본적인 편의사양 조차 제외시키고 있다.”
지난 14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닛산의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쥬크(JUKE)’ 시승회에서 만난 A매체 자동차전문기자의 이야기다. 그는 쥬크에 대해 원가절감의 대표적인 모델이라 말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관심 있던 모델의 국내 출시 소식이 너무 반가웠고, 시승 전에는 기대감으로 살짝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다.
#큐브를 떠올리며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한국닛산은 독일차가 지배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쥬크를 들여왔다. 한국닛산은 지난 2011년 큐브(CUBE)를 출시하며 베스트셀링카 BMW 520d, 메르세데스벤츠 E300을 제치고 월 판매량 깜짝 1위에 올랐던 경험을 쥬크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닛산은 쥬크에 대해 독창적인 외관과 역동적인 파워트레인이 장점이라고 내세웠다. 쥬크는 연초에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차 QM3 등 소형 SUV의 치열한 접전장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쥬크의 시승코스는 서울과 경기 남양주 일대 약 200km 구간. 서울 올림픽대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 국도가 적절히 섞여있는 코스에서 4시간 동안 신차의 성능을 시험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쥬크는 S와 SV 두 가지 트림이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가솔린 4기통 1.6ℓ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닛산이 자랑하는 엑스트로닉 CVT 무단변속기를 맞물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르노삼성차 SM5 TCE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다.
상위 트림인 SV모델의 경우 ‘통합제어시스템(I-CON system)’을 적용해 드라이브 모드(노멀/스포츠/에코)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연비상태, 주행거리 등 각종 정보 표시는 물론 실내온도 등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차 쏘울, 현대차 벨로스터가 떠올라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출발지에서 쥬크의 외관을 천천히 살폈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기아차 쏘울, 현대차 벨로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디자인만으로도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선을 사용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느 곳 하나 평범함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면은 툭 튀어나온 전조등과 넓은 어깨 라인, 커다란 휠 아치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후면은 닛산의 스포츠카 370Z와 유사한 모양의 부메랑을 닮은 후미등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 닛산 측은 신차의 디자인에 대해 다부진 단거리 육상 선수를 연상케 하는 외관으로 SUV의 강인함과 스포츠카의 날렵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내는 형제차 ‘큐브’만큼이나 독창성으로 무장했다. 널찍한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콘솔이 SUV를 닮았으며, 전방 시야각도 높고 넓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명한 화질의 8인치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의 다채로운 구성이다. 수입차로는 드물게 고해상도 내비게이션과 DMB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행모드에 따라 G포스를 비롯해 총 주행거리, 일일 연료효율성 등 주행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편리함을 더했다.
#부족한 편의사양, 떨어지는 조립품질
하지만 이 밖의 편의사양은 국산차와 비교해도 많이 부족해 2000만 원대 중후반의 수입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러웠다. 싸구려 느낌의 직물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해야하는데, 조절버튼이 차체와 의자 사이 좁은 틈에 있어 손을 넣기조차 힘들었다.
최근 국산 경차에도 대부분 탑재하는 시트 열선기능이 없고, 조수석 선바이저에 있어야할 보조등도 제외됐다. 아무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소소한 부품과 옵션들을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조잡한 조립품질도 문제였다. 앞좌석에 앉아 지붕을 손가락으로 누르니 주름이 잡히며 쑥 들어갔다. 마치 골판지로 만든 계란판을 누른 느낌으로, 지금껏 시승했던 어떤 차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또한 변속기 버튼이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것처럼 약하게 만들어져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정도였다. 이밖에 2열 좌석은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는 턱없이 좁아 아쉬움을 더했다.
쥬크의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135×1765×1570mm이고, 휠베이스는 2530mm이다. 쉐보레 트렉스(4245×1775×1670mm, 휠베이스 2555mm) 비교해도 한참 작다.
주행모드를 에코에 맞추고 출발했다. 정지상태에서 정숙성은 만족스러웠으나, 주행 중 소음은 가솔린엔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운 편이다. 도심 주행에서의 스티어링 휠과 엔진 토크, 서스펜션의 반응은 평범한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스포츠와 노멀 모드를 번갈아 가며 역동적인 주행을 해봤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 속도를 높여갔다. 스포츠 모드에 맞추고 80~110km/h 구간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며 주행하니 반응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급가속시 엔진 소음이 지나칠 정도로 거슬린다. 방음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노면과 바람 소리가 그대로 차체로 유입돼 그동안 경험한 일본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국도에 들어서 좌우 곡선주로를 달리다 보면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이 만족스럽다.
판매가격은 S모델 2690만 원, SV모델 2890만 원이다. 경쟁차인 쉐보레 트랙스(1940만~2289만 원)와 비교하면 평균 600만 원 정도 비싸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지난 14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닛산의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쥬크(JUKE)’ 시승회에서 만난 A매체 자동차전문기자의 이야기다. 그는 쥬크에 대해 원가절감의 대표적인 모델이라 말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관심 있던 모델의 국내 출시 소식이 너무 반가웠고, 시승 전에는 기대감으로 살짝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다.
#큐브를 떠올리며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한국닛산은 독일차가 지배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쥬크를 들여왔다. 한국닛산은 지난 2011년 큐브(CUBE)를 출시하며 베스트셀링카 BMW 520d, 메르세데스벤츠 E300을 제치고 월 판매량 깜짝 1위에 올랐던 경험을 쥬크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닛산은 쥬크에 대해 독창적인 외관과 역동적인 파워트레인이 장점이라고 내세웠다. 쥬크는 연초에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차 QM3 등 소형 SUV의 치열한 접전장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쥬크의 시승코스는 서울과 경기 남양주 일대 약 200km 구간. 서울 올림픽대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 국도가 적절히 섞여있는 코스에서 4시간 동안 신차의 성능을 시험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쥬크는 S와 SV 두 가지 트림이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가솔린 4기통 1.6ℓ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닛산이 자랑하는 엑스트로닉 CVT 무단변속기를 맞물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르노삼성차 SM5 TCE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다.
상위 트림인 SV모델의 경우 ‘통합제어시스템(I-CON system)’을 적용해 드라이브 모드(노멀/스포츠/에코)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연비상태, 주행거리 등 각종 정보 표시는 물론 실내온도 등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차 쏘울, 현대차 벨로스터가 떠올라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출발지에서 쥬크의 외관을 천천히 살폈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기아차 쏘울, 현대차 벨로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디자인만으로도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선을 사용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느 곳 하나 평범함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면은 툭 튀어나온 전조등과 넓은 어깨 라인, 커다란 휠 아치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후면은 닛산의 스포츠카 370Z와 유사한 모양의 부메랑을 닮은 후미등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 닛산 측은 신차의 디자인에 대해 다부진 단거리 육상 선수를 연상케 하는 외관으로 SUV의 강인함과 스포츠카의 날렵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내는 형제차 ‘큐브’만큼이나 독창성으로 무장했다. 널찍한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콘솔이 SUV를 닮았으며, 전방 시야각도 높고 넓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명한 화질의 8인치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의 다채로운 구성이다. 수입차로는 드물게 고해상도 내비게이션과 DMB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행모드에 따라 G포스를 비롯해 총 주행거리, 일일 연료효율성 등 주행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편리함을 더했다.
#부족한 편의사양, 떨어지는 조립품질
하지만 이 밖의 편의사양은 국산차와 비교해도 많이 부족해 2000만 원대 중후반의 수입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러웠다. 싸구려 느낌의 직물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해야하는데, 조절버튼이 차체와 의자 사이 좁은 틈에 있어 손을 넣기조차 힘들었다.
최근 국산 경차에도 대부분 탑재하는 시트 열선기능이 없고, 조수석 선바이저에 있어야할 보조등도 제외됐다. 아무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소소한 부품과 옵션들을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조잡한 조립품질도 문제였다. 앞좌석에 앉아 지붕을 손가락으로 누르니 주름이 잡히며 쑥 들어갔다. 마치 골판지로 만든 계란판을 누른 느낌으로, 지금껏 시승했던 어떤 차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또한 변속기 버튼이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것처럼 약하게 만들어져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정도였다. 이밖에 2열 좌석은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는 턱없이 좁아 아쉬움을 더했다.
쥬크의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135×1765×1570mm이고, 휠베이스는 2530mm이다. 쉐보레 트렉스(4245×1775×1670mm, 휠베이스 2555mm) 비교해도 한참 작다.
주행모드를 에코에 맞추고 출발했다. 정지상태에서 정숙성은 만족스러웠으나, 주행 중 소음은 가솔린엔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운 편이다. 도심 주행에서의 스티어링 휠과 엔진 토크, 서스펜션의 반응은 평범한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스포츠와 노멀 모드를 번갈아 가며 역동적인 주행을 해봤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 속도를 높여갔다. 스포츠 모드에 맞추고 80~110km/h 구간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며 주행하니 반응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급가속시 엔진 소음이 지나칠 정도로 거슬린다. 방음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노면과 바람 소리가 그대로 차체로 유입돼 그동안 경험한 일본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국도에 들어서 좌우 곡선주로를 달리다 보면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이 만족스럽다.
판매가격은 S모델 2690만 원, SV모델 2890만 원이다. 경쟁차인 쉐보레 트랙스(1940만~2289만 원)와 비교하면 평균 600만 원 정도 비싸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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