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작지만 강하고 경쾌한 몸놀림…폴크스바겐 ‘폴로’

동아경제

입력 2013-05-06 10:41 수정 2013-05-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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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이 만든 콤팩트 해치백 ‘폴로(Polo)’의 핸들링은 소문대로 탄탄했다. 4월 말 서울 잠실 탄천의 카트연습장에는 폴크스바겐이 최근 국내에 출시한 5세대 폴로의 주행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미니 서킷이 설치됐다.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50초 내외면 통과할 수 있는 짧은 코스지만 폭이 좁은 도로에 S자와 직각, 헤어핀 커브 등을 골고루 갖춰 폴로의 주행 성능과 핸들링을 시험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날 서킷 주행 목적은 좁고 좌우로 심하게 굽은 도로에서 폴로가 얼마나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지를 시험하는 데 있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서킷을 달리되 코스를 이탈하면 실격이라는 조건을 붙여 시간을 측정했다. 시험 주행을 위해 운전석에 앉으니 차가 작다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빈틈이 없어 마치 운전자의 수족처럼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출발선을 떠난 폴로는 예상했던 대로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빠른 속도에서 스티어링휠을 거침없이 돌려도 차체 강성이 뛰어나 비틀리거나 밀리는 현상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타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자 타이어가 찢어질 듯 굉음을 냈지만, 차체는 큰 무리 없이 돌아나갔다.

총 세 바퀴를 돈 뒤 처음 든 생각은 “완성도가 높은 소형차!”라는 것이었다. 차체는 작지만 강하고 서스펜션도 상황에 맞춰 적절히 대응했다. 전기유압파워 스티어링 휠은 급한 커브에서도 무리 없이 차체를 움직였고,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


# 커진 차체 실용적…세련된 ‘작은 골프’

폴로는 1975년 처음 등장해 38년간 전 세계에서 1600만 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로, 골프(Golf)와 함께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쌍두마차 구실을 한다. 이번에 한국에 들여온 5세대는 2009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혁신적 디자인에 커진 차체,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크게 주목받았다.

엔진은 1.2~1.4ℓ자연흡기 가솔린, 1.2ℓTSI, 1.6ℓTDI 등을 얹었고, 이번에 국내에선 가장 강력한 성능의 1.6 TDI R라인이 먼저 출시됐다. 폴크스바겐이 자랑하는 4기통 커먼레일 1.6ℓ디젤엔진에 7단 DSG(Direct Shift Gearbox) 변속기가 맞물린 조합이다.

폴로 외관은 화려하거나 눈에 띄기보다 단순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오직 민첩하게 움직이려고 군더더기를 모두 뺀 날렵한 모습이다. 전면은 직선 그릴과 헤드라이트로 이어지는 폴크스바겐의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라 단호한 인상이다. 특히 레이저 용접 기술을 통해 루프 패널과 사이드 패널을 이음새 없이 접합해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테일램프는 L자형을 채택해 입체적이며 시인성(視認性)이 높다. 전체적으로 ‘작은 골프’를 연상시킨다.


실내는 실용, 단순, 세련으로 요약되는 폴크스바겐 인테리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소형차 ‘업!(Up!)’에서부터 기함 ‘페이톤’까지 모든 폴크스바겐 차량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폴로의 운전석에 처음 앉아도 어색하거나 불편함을 못 느끼는 이유는 이전에 타본 폴크스바겐 차량들과 디스플레이, 스위치, 버튼의 배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센터페시아를 보면 가장 자주 쓰는 버튼을 맨 위에 두고 그 아래쪽은 사용 빈도에 따라 차례대로 배치한다. 이것이 간단하지만 실용적인 폴크스바겐의 인테리어 철학이다.

실내공간은 차급에 비해 넓은 편으로 뒷좌석에 성인 2명이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시트는 ‘폰지(Fonzie)’ 직물시트를 적용했으며, 뒷좌석을 6대 4로 접으면 평상시 280ℓ이던 트렁크 공간이 967ℓ까지 확장된다.
폴로 실내는 각종 편의장치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는 생소할 만큼 단출하다.


# 매끄러운 변속에 중·저속 순발력 탁월

서킷 주행을 모두 마친 뒤 경기 남양주시 일대 팔당호를 끼고 도는 국도 90여km를 달렸다. 차의 최고출력은 90마력으로 조금 부족한 느낌이지만, 차체가 워낙 가벼워(공차중량 1225kg) 실제 움직임은 경쾌했다. 특히 최대토크가 어지간한 중형차 수준인 23.5kg·m에 달하고 150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세팅돼 일상 주행 영역인 중·저속에서 순발력이 탁월했다. 진동이나 소음은 소형차치곤 준수한 편이다. 정지에서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11.5초, 최고 안전속도는 180km/h이다.

7단 DSG가 동급 최초로 적용돼 주행 중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속이 매끄럽게 이뤄졌다. 7단 DSG는 건식 클러치 2개가 변속에 관여해 다이내믹하면서도 민첩한 변속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6단으로 주행하는 중에도 이미 7단 기어가 개입해 대기하고 있다 변속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클러치 2개가 동시에 열리고 닫힌다. 순간 열리는 클러치와 닫히는 클러치 간 짧은 중복이 일어나는데, 클러치가 끊기는 시간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운전자가 변속 충격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폴로의 계기판 구성.


# 편의장치 수동 많아… 18.3km/ℓ 연비

안전장치는 에어백 6개에 ABS(바퀴 잠김 방지 브레이크), BAS(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ESC(전자식 주행안전 컨트롤), EDL(전자식 차동잠금 장치), 언덕밀림방지 장치, 플랫타이어 경고 시스템 등이 있다.

편의장치는 넘치는 장치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조금 실망스러울지 모르겠다. MP3, CD플레이어, AUX 단자, 후방주차 파일럿 표시 등이 포함된 RCD310과 EMC 룸미러 등이 적용됐지만, 스티어링휠 리모콘과 센터콘솔은 없다. 이 밖에도 에어컨과 시트 조절장치가 수동이며 핸드브레이크도 전자식이 아니다.

폴로의 국내 판매가격은 2490만 원으로 국내에서 팔리는 독일산 자동차 가운데 가장 싸다. 폴크스바겐의 계획은 ‘박리다매’로, 연간 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인연비는 18.3km/ℓ.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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