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에 ‘임판’ 달아 달라고? 안 팝니다…”

동아경제

입력 2013-03-08 09:56 수정 2013-03-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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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번호판 등록 거부하는 수입차 딜러사들
차량 이상으로 환불 및 교환 민원 사전에 차단



“차량에 임시번호판은 못 달아 줍니다. 다른 곳에 가셔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영업자 성모 씨(49)는 BMW 520d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의 한 전시장을 찾았다가 이해하기 힘든 말을 들었다. 이 씨는 차량을 계약하면서 임시운행허가번호판(이하 임판) 등록을 요구했지만, 딜러가 이를 거부한 것. 성 씨는 “자동차를 인도받고 차량 성능이나 외관상 문제 등을 꼼꼼히 살펴보려고 임판을 요청했지만 판매 직원이 아예 계약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수의 수입차 딜러사들은 차량 계약 시 임판 등록을 거부하고, 관할 구청에 정식 등록한 후에야 소비자에게 차량을 넘기고 있다. 만약 소비자가 임판 등록을 끝까지 요구하면 아예 차량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지난 4~7일 고객을 가장해 BMW·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도요타·포드 등 국내 수입차 등록 순위(2013년 2월 기준) 상위권 업체들의 63개 판매점(서울·경기)에 직접 전화해 실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56개(약 90%) 판매점이 임판 부착 요구를 거부했다. 이들은 “요즘 수입차에는 임판을 다는 경우가 없다”며 “정식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임판 등록을 거부하지 않은 판매점은 아우디 2곳, 폴크스바겐과 포드가 각각 1곳씩, BMW 8개 딜러사 가운데 코오롱(1곳)·동성(1곳)·신호모터스(1곳) 등에 불과했다.

임시운행허가번호 제도는 차량을 정식으로 등록하기 전에 구입한 새 차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등의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소비자들이 이 기간에 차량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판매사에 환불이나 교환 요구가 한결 수월해진다. 차량이 임판일 경우 차의 소유권이 완벽히 소비자에게 넘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차 딜러사들은 고객을 대신해서 등록해준다는 ‘편의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한 채 차를 넘기고 있는 것. 하지만 수입차 판매점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A수입차 영업사원 이모 씨(35)는 “임판을 단 상태에서 차량 결함 등 이상이 발견되면 환불이나 새 차 교환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딜러사 피해를 막기 위해 임판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처음부터 차량을 팔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털어놨다. 이 씨는 또 “서비스 차원에서 자동차등록 절차를 무료로 대행해주겠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별 의심 없이 딜러사의 의견을 따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차의 임판을 반드시 등록해 혹시 모를 피해를 사전에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보통의 완성차업체들은 정식 등록을 하면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해도 절대 바꿔주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며 “소비자들은 반드시 임판을 교부받아 문제가 있는 차량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 놔야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도 “임시번호기간 중에 외관 이상뿐만 아니라 성능 테스트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수입차의 특성상 등록이 완료되면 어지간한 문제가 생겨도 환불이나 교환을 해줄 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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