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현대차 취업… 특목고도 안부러워”

동아일보

입력 2012-08-13 03:00 수정 2012-08-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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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C 영마이스터 전문교육’ 1기생 만나보니

▶현대자동차 ‘HMC 영마이스터’ 1기생으로 뽑힌 수원하이텍고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최석락 정현우 정찬우 정성인 이건호 송웅 용우진 김호빈 이학현 군. 현대자동차 제공
《 이학현 군(17·수원하이텍고 2학년)의 올해 여름방학은 특별하다. 같은 학교 친구 9명과 6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경북 경주시 신평동 콩코드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HMC 영마이스터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앞서 여름방학 후 첫 2주는 학교에서 전공 관련 교육을 받았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 못지않은 빡빡한 일정이지만 이 군은 “남들보다 한발 먼저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방학하고 놀 때보다 더 신이 난다” 고 말했다. 이 군은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자립형사립고에 진학한 친구들을 부러워했지만 요즘은 그 친구들이 2학년 때 이미 대기업 입사가 결정된 나를 부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10년간 1000명의 마이스터고 우수 인재를 선발해 현대차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HMC 영마이스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수원하이텍고를 비롯해 경북기계공고, 구미전자공고 등 전국 9개 마이스터고에서 100명을 뽑았다. 수원하이텍고에서는 이 군을 비롯해 10명의 학생이 영마이스터로 뽑혔다. 동아일보는 3일 영마이스터 1기생으로 뽑힌 수원하이텍고 학생들을 만났다.

또래들보다 앞서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이들의 열정은 대졸 형님들의 ‘스펙’이 부럽지 않다. 이 학교 김호빈 군은 대졸 신입사원 채용과정 못지않은 ‘압박 면접’에서 자신을 ‘박지성, 오바마, 진도개’의 세 단어로 표현했다. 박지성 선수처럼 슛과 어시스트를 함께 잘할 수 있고 버락 오바마가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된 것처럼 언제나 세계 최초를 꿈꾼다고 했다. 진도개가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것처럼 자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인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정성인 군은 면접 때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해 인사담당자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 군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면접 전에 가족들과 친구들 앞에서 파워포인트 자료로 면접 연습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수준급 영어 실력을 갖춘 이학현 군은 일본어와 중국어도 ‘열공’ 중이다. 이 군은 “현대차가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는 추세라 어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현대차 장학생’들인 HMC 영마이스터 100명은 맞춤형 인재 육성 전략에 따라 단계별 집중교육을 받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졸업 때까지 1인당 500만 원의 학업보조금을 받는다. 졸업 후에는 6개월간 기술교육 및 실습을 받고 병역을 마친 뒤 현대차에 정규직으로 입사할 수 있다.

이들 6명은 모두 “대학을 갈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현대차 장학생 과정에 뽑히면서 모두가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갑자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이건호 군은 급식비 외엔 모든 비용이 무료인 마이스터고로 진로를 결정했다. 이 군은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선택한 길이어서 입학 초기엔 약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송웅 군은 “최근 중학교 모교를 방문해 마이스터고 설명회를 열었는데 (대기업 조기 입사를) 부러워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대학 대신에 마이스터고를 택한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 마이스터고 ::

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해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하는 특수목적고교. 현재 기계, 자동차, 뉴미디어, 모바일, 바이오산업, 반도체장비 등 17개 분야에 35개 학교가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박요진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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