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뉴 푸조 2008 “휴대폰 거치대 그리고 푸아그라”
동아경제
입력 2014-11-29 09:00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요란한 트로트 음악을 뚫고 휴대폰 거치대를 구입했다. 해는 저물고 가야할 길은 구만리 같은데 내비게이션도 없는 차에 올라 밤길 운전을 강행하기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낯선 차, 낯선 길에서 휴대폰 길안내 서비스 ‘X기사’ 어플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 같은 존재다. 하지만 등불을 손에 쥐고 달리거나 컵 홀더에 끼워두기는 불안했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을 통해 구입했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탁월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겠지만 우선 당장이 급했다. 선택은 훌륭했고 안전하게 늦은 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훗날 이 모든 선택은 브랜드 담당자와 한통의 전화로 간단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을 실천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9일 국내 시장에 출시된 ‘뉴 푸조 2008’은 사전계약 1주일 만에 1000대 예약을 돌파하고도 초도물량 1500대 대부분이 소진되는 등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주목 받는 모델이다. 푸조의 국내 공식 수입원 한불모터스는 내년 2008 단일 모델로 6000대 판매를 이루겠다고 선언 할 만큼 자신을 보이고 있다. 요즘 뜨는 ‘핫(HOT)’한 수입차 푸조의 도시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뉴 푸조 2008의 상품성을 알아봤다.

후면부는 후미등 디자인을 ‘ㄷ’자 형태로 디자인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뒤태 완성도를 높이고 트렁크는 입구를 지상으로부터 높지 않게 설계해 물건을 싣고 내리기 편리했다. 전체적으로 콤팩트한 차체에 날렵함이 강조된 최신 트랜드를 따르고 있다.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의 크기가 각각 4160mmm, 1740mm, 1555mm로 르노삼성 QM3보다는 크고 쉐보레 트랙스 보다는 조금 작다. 실내의 직물과 가죽이 혼합된 시트는 착좌감이 비교적 만족스럽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 외관에서 볼 때 SUV 같던 실내는 시트에 앉아보면 지나치게 높은 포지션 때문에 불안하다. 시트를 내리고 내려도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구부정한 위치는 운전의 피로를 더했다. 실내는 검은색 플라스틱 소재와 크롬이 적절히 혼합됐다. 시승차에는 크롬부위에 형광색 래핑으로 포인트를 줘 답답함을 줬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뉴 푸조 2008의 파워트레인은 1.6 e-H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을 발휘한다. 출력은 작지만 실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엔진회전구간에서 최대토크가 세팅돼 부족함 없는 가속력이 강점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정차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여느 브랜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큰 충격의 소음과 진동에 한번 놀라고 조금씩 가속페달을 밟으면 저단에서 느껴지는 변속 충격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연비를 위주로 세팅된 푸조의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 변속기 탓이다. 자동 변속기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수동 변속기라 해도 된다. 지속적으로 운전을 하다보면 적응이 어렵지는 않지만 도심의 정체구간이나 언덕에서 정차 시 출발 할 때 느껴지는 불안함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차량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푸조 특유의 MCP 6단 자동변속기와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 등의 결합으로 공인연비 17.4km/L(복합연비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 실연비에 있다. 운전자 의도와 관계없이 연비에 최적화된 설정은 차량을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하고 여자친구처럼 소중하게 다뤄봐도 초지일관 약 20km/L를 웃도는 평균 연비를 보인다.
뉴 푸조 2008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푸아그라’를 떠올리게 한다. 거위나 오리의 간으로 만들어지는 이 요리는 혀를 즐겁게 하는 풍부한 맛 뒤에 동물학대의 논란을 갖고 있기도 하다. 뉴 푸조 2008 역시 평균 연비를 지켜보며 눈을 즐겁게 하는 마음 뒤에 각종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고난의 시간이 필요하다. 푸아그라를 만드는 심정으로 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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