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으로 병 치료한다는 마케팅의 허상

동아일보

입력 2026-06-28 11:44

|
폰트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좋은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기능식품 캡슐보다 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TV 채널을 돌리다가 멈칫한다. 흰 가운을 입은 ‘전문가’가 등장해 어느 열매, 어느 성분이 혈관을 뚫고 면역을 증진하며 관절을 되살린다고 얘기한다. 화면 아래로는 주문 전화번호가 깜빡인다. 분명 광고지만 눈길이 간다. 유튜브를 켜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치 질병 치료제인 양 포장된 건강기능식품이 전문가 입을 빌려 소개된다. 불안과 소비심리를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갑을 열기 전 한 가지 물음을 던져야 한다. 정말 효과가 있는가.

노니 열풍이 사라진 이유

기억을 더듬어보자. 한때 만병통치약처럼 열풍을 일으키다가 조용히 사라진 제품이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노니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4년 노니 주스 판매사에 경고장을 보냈다. 해당 회사가 노니에 건강 증진 및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으나 해당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노니는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간질환이 없던 사람이 노니 주스를 다량 섭취한 뒤 급성 간염 진단을 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한 환자는 간 이식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장년층이 많이 복용하는 글루코사민은 어떤가. 임상시험 5건에 참가한 1625명의 개별 자료를 분석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글루코사민은 통증과 기능 개선 면에서 가짜약(위약)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국제골관절염연구학회(OARSI)와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등이 이미 글루코사민의 효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힌 상태다.

“항산화 보충제를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도 근거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2012년 국제 의학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 데이터베이스(CDSR)’는 29만6707명을 대상으로 한 78건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항산화 보충제가 일반인은 물론, 환자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 연구진은 베타카로틴, 비타민E, 고용랑 비타민A 보충제 섭취가 사망률을 높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몸에 좋으라고 챙겨 먹은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모든 건강기능식품이 무용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부 제품은 의미가 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식품’이다. 질병을 낫게 한다는 약속은 과학이 아니라 마케팅의 언어다.

중요한 건 우리의 태도다. 화면 속 흰 가운과 솔깃한 후기에 마음을 맡기기 전, 그 주장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잘 설계된 연구로 검증됐는지 물어야 한다. 건강은 캡슐 한 알이 아니라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충분한 잠이라는 평범한 습관 위에 세워진다. 가장 확실하고 값싼 처방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다만 광고가 없을 뿐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5호에 실렸습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대한검역학회 회장)

라이프



EV라운지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