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에 중동發 원유 ‘아시안 프리미엄’ 해소될지 주목
이동훈 기자
입력 2026-06-18 17:48 수정 2026-06-18 17:49
시리아 서부 바니야스(Baniyas)의 바니야스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하역한 뒤 이라크행 트럭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AP/뉴시스]●원유 주도권 재편 계기되는 미-이란 종전
18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이란산 원유 제재가 풀릴 경우 이에 동반될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안 프리미엄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 중국, 일본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배럴당 1, 2달러가량 비싸게 원유를 판매하는 가격 차별 관행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한계와 대체 공급처 부재 등의 이유로 중동 가격 정책에 끌려다녔다.
하지만 최근 중동 산유국 결속에 금이 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값싸고 물량이 풍부한 이란산 원유의 시장 복귀가 가시화되고,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감산 기조에 반발한 원유 매장량 세계 6위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후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내 정유업계의 탈(脫)중동 행보에 불을 지폈다. 단일 항로가 막히며 국가 에너지 안보가 마비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정부와 국내 정유사들은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등 수입처 다변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비(非)중동 산유국들도 물류비를 최적화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AP/뉴시스]아시안 프리미엄 해소와 이란산 원유 확보가 가능해질 경우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은 2019년까지 물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이란산 중질유 특성에 맞춰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이 조건에 맞는 원유를 다시 들여오면 정제 마진과 가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중국이 헐값 독점하던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면 석유화학 분야의 중국 가격 공세도 이전보다 기세가 꺾일 수 있다.
과거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 국면마다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국 정부와 업계는 이란산 원유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펴 유예 조치를 받아냈다.
국내 업체들은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에 대비해 재도입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직전인 2019년 국내 업계는 한화토탈에너지스(1353만 배럴), SK인천석유화학(1225만 배럴), HD현대케미칼(745만 배럴) 등 총 3323만 배럴을 수입했다. 이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4.42% 규모다. 2017년에는 이란산 원유의 수입 비중이 16.19%에 달했다.
다만 실제 도입까지는 법적·지정학적 변수가 존재한다. 원유 금수 조치가 완화되더라도 달러화 금융 결제망과 해상 보험 등이 문제로 꼽힌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를 활용한 석유화학 제품 수입 금지까지 해소되어야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하다.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중동발 아시안 프리미엄을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원유 수입 다변화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