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석달, 봄동 비빔밥 한달…먹거리 유행 ‘초단기화’ 이유는?
이지윤 기자
입력 2026-03-30 15:54 수정 2026-03-30 18:26
강호동 봄동비빔밥. KBS ‘1박2일’ 클립 갈무리얼마 전까지도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던 초록빛. 하지만 말차 인기가 식자, 요즘 그 빈자리를 ‘보랏빛 물결’이 채우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각종 음료와 디저트로 만들어 먹는 참마의 일종인 우베다. 선명한 보랏빛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서구에서 유행하더니,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는 먹거리 유행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올해만 놓고 봐도, 초겨울 돈 주고도 살 수 없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인기가 확 꺽였다. 뒤를 이었던 ‘봄동 비빔밥’도 벌써 시들해졌고, ‘상하이 버터떡’과 ‘창억떡(호박인절미)’ 등이 줄줄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 봄동 비빔밥은 벌써 끝물?
동아DB음식 유행이 갈수록 ‘초단기화’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이런 트렌드가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새롭고 자극적인 걸 찾아야 이목을 끈다. 이른바 “억지 유행”이란 비판마저 나오는 ‘사백어(死白魚) 먹방’이 대표적이다. 팔딱거리는 사백어에 초장을 뿌려 그대로 씹어먹는 영상은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자극’과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입소문을 탔다.
학계에선 ‘사회 불안감’과 연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러저런 음식을 찾는 욕구로 해소한다는 것.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스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인식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해 당장의 만족감을 채우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유행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대중 심리와 결합한 결과라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외식산업학회지’ 제21권 6호엔 소셜미디어가 ‘포모(Fear of Missing Out·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해 비합리적이고 과시적·충동적 외식 소비를 조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유럽에서 인지도 높은 음식 어플 ‘더포크’는 음식(food)과 포모를 결합한 신조어 ‘FOODMO(푸드모)’를 올해의 외식 키워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급변하는 유행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그맨 강유미가 이달 공개한 유튜브 콘텐츠는 두쫀쿠에서 봄동 비빔밥으로 이어진 트렌드를 난해한 현대미술과 비교한 코미디로 큰 공감을 샀다. “단순 코미디가 아니다. 트렌드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와 겉치레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풍자까지 완벽하게 담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초단기 음식 유행은 쉽게 가라앉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버터떡’을 대신해 ‘코리안 버터떡’이 나오는 등 음식 트렌드의 확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일부 피로감을 호소해도, 불확실한 미래가 이어지는 한 ‘제2의 두쫀쿠’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