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삼성전자 미국내 평판 ‘7위→49위’ 추락

김수연기자 , 신동진기자

입력 2017-02-21 03:00 수정 2017-0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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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대표 브랜드인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 평판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지난해 8월 발생한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가 원인이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와 관련된 삼성 보도도 한몫을 했다. 앞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사태까지 반영되면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 추락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미국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발표한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 지수’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위에서 무려 42계단 떨어진 순위다. 아마존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고, 식료품 체인점 웨그먼스가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애플은 5위였다.

삼성전자는 2014년 7위, 2015년 3위, 지난해 7위 등 3년 연속 ‘톱10’에 들었다. 모두 80점 이상을 받아 ‘탁월하다(Excellent)’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75.2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평판이 가장 많이 훼손된 기업을 꼽으라는 조사에서도 3번째(5%)였다.

해리스폴 조사는 미국 소비자 2만3000여 명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16일 사이에 이뤄졌다. 삼성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집중 제기된 시기와 맞물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2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연일 부각됐다. 국내외에 생중계된 12월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는 사실상 ‘삼성 청문회’로 치러졌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외신들은 한국의 유례없는 대기업 총수 청문회 소식을 특파원을 연결해 주요 뉴스로 전했다.

해리스폴 조사 응답자들은 기업 명성의 가장 큰 위험 요소(복수 응답)로 리더의 불법 행위(85%)를 꼽았다. 삼성으로서는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이미 글로벌 평판 시장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갤럭시 노트7 발화 같은 제품 결함은 다른 제품으로 복원할 기회가 있지만 총수 구속이 브랜드 평판에 끼친 악영향은 만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도 이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일단 “삼성전자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P는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전자산업의 빠른 변화 주기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삼성그룹은 22일로 예정됐던 수요사장단회의부터 취소하기로 했다. 수요사장단회의는 매주 수요일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사업·현안에 대한 강연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로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음 달 1일도 공휴일이어서 열지 않는다. 향후로도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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