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싼타페 ‘뻥연비 소송’ 소비자 1심 패소..“국토부 조사 신뢰도 없어”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10-20 14:03 수정 2016-10-20 14:11
현대자동차 싼타페 소비자들이 “허위 연비 표시로 손해를 입었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의 싼타페 연비 조사 결과 이후 소비자들의 낸 첫 번째 소송 결과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영학)는 싼타페 R2.0 2WD 차량 구매자 A씨 등 1890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앞서 현대차는 싼타페 R2.0 2WD 차량의 복합연비를 1리터당 14.4km로 표시했는데, 2014년 6월 국토부는 싼타페 차량에 대한 자기인증적합조사 결과 차량의 실제 복합연비가 1리터당 13.2km로 측정되었고, 이는 복합연비보다 8.3%가 낮은 수치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해당 싼타페 차량의 구매자인 원고들은 국토부 발표 결과를 토대로 “연비를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로 삼아 차량을 구매했는데 현대차가 연비를 과장되게 표시했다”며 “과장된 연비 표시로 인해 10년간 추가로 유류비를 지출하게 됐고 부풀려진 판매가격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4년 7월 소송을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대차의 연비 표시가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연비를 허위나 과장해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동차관리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현대차가 표시한 연비보다 싼타페 차량의 실제 연비가 5% 이상 낮을 경우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에 대한 연비 측정 결과는 측정 당시 세부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결과값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국토부 발표에 기초한 것인데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싼타페 차량의 연비가 현대차의 표시와 거의 동일한 1리터당 14.3km로 발표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토부의 연비 조사 결과 타당성에 대해 별도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국토부의 연비 조사 결과만을 신뢰해 싼타페 차량의 실제 연비가 현대차 표시보다 5% 이상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싼타페 차량의 연비에 대한 법원 감정을 신청했지만 해당 차종이 2015년 5월 단종되어 신차를 이용한 감정이 불가능하게 됐고, 중고차량의 경우 신차와 동일한 수준의 연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기존 제출 증거들에 기초해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싼타페 차량의 연비가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고 현대차가 차량의 연비를 허위로 또는 과장하여 표시했다고 볼 증거도 없으며 싼타페 차량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도 없고, 현대차가 싼타페 차량을 판매하면서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라며 “현대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4년 8월경 현대차는 ‘싼타페 연비보상 대외발표문’을 통해 국토부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자발적인 보상에 나선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싼타페의 연비를 기존 14.4km/ℓ에서 13.8km/ℓ로 변경하기로 하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보상조치로 다목적 차량의 국내 연간 평균 주행거리(1만4527km. 2000cc 미만)를 기준으로 5년간의 유류비 차이, 연비 혼선으로 인한 고객들의 심리적 불편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최대 40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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