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 끝까지 책임지겠다” 내부 격론끝에 직접 회견 나서
김창덕기자 , 황태호기자
입력 2015-06-24 03:00 수정 2015-06-24 08:54
23일 생일 이재용 부회장, 첫 회견이 ‘메르스 사과’
“아버님도 병원에…가족 고통 이해메르스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할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이 23일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확산에 대한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그룹 수장으로서 ‘데뷔 무대’가 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부회장이 ‘책임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고심 끝에 나온 사과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지난달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첫 공식 직함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의 운영 주체이기도 하지만 아직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이 부회장의 ‘육성 사과’를 놓고도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격론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17일 수요사장단 회의를 통해 대외적으로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다 이 부회장 역시 18일 직접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내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메르스 사태가 워낙 심각해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직접 사과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 두 차례나 고개 숙여
이날 만 47세 생일을 맞은 이 부회장은 생애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두 차례나 고개를 숙였다. 또 기자회견 도중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며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뒤 이 부회장이 아버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메르스 환자 및 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또 메르스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병원 의료진을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며 “이분들에게도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선은 삼성서울병원 내부의 불협화음을 차단함으로써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대대적인 쇄신 앞둔 삼성서울병원
이 부회장은 이날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메르스 사태 종식 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병원 전반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쇄신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들도 적극 영입하기로 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발병 초기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했는데 빈틈이 있었다”며 “사태가 진정되면 병원 전반을 전면 개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창덕 기자
“아버님도 병원에…가족 고통 이해메르스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할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사과문 원고를 꺼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이 23일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확산에 대한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그룹 수장으로서 ‘데뷔 무대’가 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부회장이 ‘책임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고심 끝에 나온 사과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지난달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첫 공식 직함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의 운영 주체이기도 하지만 아직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이 부회장의 ‘육성 사과’를 놓고도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격론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17일 수요사장단 회의를 통해 대외적으로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다 이 부회장 역시 18일 직접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내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메르스 사태가 워낙 심각해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직접 사과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 두 차례나 고개 숙여
이날 만 47세 생일을 맞은 이 부회장은 생애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두 차례나 고개를 숙였다. 또 기자회견 도중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며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뒤 이 부회장이 아버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메르스 환자 및 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또 메르스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병원 의료진을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며 “이분들에게도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선은 삼성서울병원 내부의 불협화음을 차단함으로써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대대적인 쇄신 앞둔 삼성서울병원
이 부회장은 이날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메르스 사태 종식 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병원 전반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쇄신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들도 적극 영입하기로 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발병 초기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했는데 빈틈이 있었다”며 “사태가 진정되면 병원 전반을 전면 개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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