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화물처리와 함께 물류-관광허브기능 살려야”
정지영기자
입력 2015-06-01 03:00 수정 2015-06-01 03:00
2015 미래 항만 발전 심포지엄… 개발 전문가 아이디어 쏟아져
“물류, 관광, 에너지 등 항만기능의 융·복합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항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항만 기능의 강화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발전 전략을 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경쟁력 있는 항만 조성과 주변 지역과의 연계 발전 전략을 주제로 ‘2015 미래 항만 발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채널A와 동아일보가 주관한 이 행사에서 항만 개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항만 개발의 패러다임이 하역, 운송 등 단순 기능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항만의 가치를 높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 규모보다 가치를 추구하라
지난해 부산항은 개항 이래 최대인 1868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을 올렸다. 총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는 세계 6위, 환적화물 기준으로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환적화물은 항만의 국제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다른 나라의 화물이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타고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으로서, 일반 수출입화물에 비해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컨테이너 위주의 화물 처리만으로는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5대 환적항만의 자료를 살펴보면 부산항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27.5%, 싱가포르항은 59.0%인 반면 한국은 그 비중이 92.2%였다.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보다도 7%포인트 이상 높았다.
기조강연을 맡은 김 원장은 “이렇게 한쪽으로만 비중이 치우쳐 있는 것은 항만의 부가가치 창출의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총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부산 신항은 환적 중심의 항만으로, 북항은 크루즈, 마리나 등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허브로 이원화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항은 한중일을 잇는 거점항과 배후 대도시 등 크루즈 허브항이 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물류는 물론이고 크루즈 관광 중심지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같은 기능을 나눠 수행하는 것보다는 신항과 북항이 서로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또 해양관광 및 레저활동의 수요 증가로 항만의 복합적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며 항만 자체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해운항만물류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송 교수는 부산항이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 경쟁 항만을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의 무역가능성 지수에서 한국은 30위였다. 인프라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관련한 부문에서 점수를 잃었다. 송 교수는 이런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체계적인 산업전략을 수립해 항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른 나라의 항만 전략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항만을 만들고자 하는지 장기적인 비전을 먼저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며 “단순히 볼륨(선적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중국과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라
이재완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이 진행한 토론세션에서도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다. 양창옥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항만에서 어느 정도의 고용 창출이 이뤄지며, 어떻게 지역경제에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부산항의 입지를 적극 활용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항만은 단순히 물건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일본에서 들어오는 화물이 부산항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가고, 또 그 반대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련 부처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시 전체를 자유무역도시로 정했고,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항만 관련 정책을 강화한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도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시 전체를 자유무역도시로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동현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터미널 운영사 수가 신항에 5개, 북항에 5개다. 이들이 물동량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을 펼쳐 하역료 인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싱가포르항과 중국 선전항의 운영사는 각각 1개와 4개다. 한국도 항만운영사를 통합하고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를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는 추세에 맞춰 항만시설의 규모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항만계획은 1990년대와 같은 4000TEU급 선박을 표준선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1만8000TEU급 선박이 부산항과 광양항에 입항하고 있고 2017년부터는 2만 TEU급 선박도 운행될 예정이다.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위해 국내 항만의 여건을 분석하고 필요 시 항만시설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리거룰(Trigger Rule)을 항만별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트리거룰은 물동량 연동 항만개발제도로 항만을 개발할 때 물동량의 증가 추이에 따라 추진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수요에 맞춰 공급한다’는 의미다. 항만의 하부구조를 먼저 만들어놓고 물동량이 적정 수준에 이르면 상부시설을 마저 완성하는 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 규정은 현재 국내 모든 항만에 적용되는데 중국 등 세계 항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항은 여기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다.
이 외에 남기찬 한국해양대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 박남규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어재혁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장 등도 “우리 항만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2015 미래 항만 발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이 배후단지에 항만 관련 산업을 유치하면서 부가가치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국내 항만도 체계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한국은 항만 인프라와 디지털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장 접근성과 운영 환경의 질 측면에 있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 서비스 부문에 좀 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송동욱 에든버러 네이피어대 교수)“물류, 관광, 에너지 등 항만기능의 융·복합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항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항만 기능의 강화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발전 전략을 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경쟁력 있는 항만 조성과 주변 지역과의 연계 발전 전략을 주제로 ‘2015 미래 항만 발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채널A와 동아일보가 주관한 이 행사에서 항만 개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항만 개발의 패러다임이 하역, 운송 등 단순 기능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항만의 가치를 높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 규모보다 가치를 추구하라
지난해 부산항은 개항 이래 최대인 1868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을 올렸다. 총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는 세계 6위, 환적화물 기준으로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환적화물은 항만의 국제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다른 나라의 화물이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타고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으로서, 일반 수출입화물에 비해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컨테이너 위주의 화물 처리만으로는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5대 환적항만의 자료를 살펴보면 부산항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27.5%, 싱가포르항은 59.0%인 반면 한국은 그 비중이 92.2%였다.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보다도 7%포인트 이상 높았다.
기조강연을 맡은 김 원장은 “이렇게 한쪽으로만 비중이 치우쳐 있는 것은 항만의 부가가치 창출의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총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부산 신항은 환적 중심의 항만으로, 북항은 크루즈, 마리나 등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허브로 이원화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항은 한중일을 잇는 거점항과 배후 대도시 등 크루즈 허브항이 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물류는 물론이고 크루즈 관광 중심지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같은 기능을 나눠 수행하는 것보다는 신항과 북항이 서로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또 해양관광 및 레저활동의 수요 증가로 항만의 복합적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며 항만 자체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해운항만물류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송 교수는 부산항이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 경쟁 항만을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의 무역가능성 지수에서 한국은 30위였다. 인프라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관련한 부문에서 점수를 잃었다. 송 교수는 이런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체계적인 산업전략을 수립해 항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른 나라의 항만 전략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항만을 만들고자 하는지 장기적인 비전을 먼저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며 “단순히 볼륨(선적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중국과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라
이재완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이 진행한 토론세션에서도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다. 양창옥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항만에서 어느 정도의 고용 창출이 이뤄지며, 어떻게 지역경제에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부산항의 입지를 적극 활용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항만은 단순히 물건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일본에서 들어오는 화물이 부산항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가고, 또 그 반대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련 부처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시 전체를 자유무역도시로 정했고,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항만 관련 정책을 강화한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도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시 전체를 자유무역도시로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동현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터미널 운영사 수가 신항에 5개, 북항에 5개다. 이들이 물동량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을 펼쳐 하역료 인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싱가포르항과 중국 선전항의 운영사는 각각 1개와 4개다. 한국도 항만운영사를 통합하고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를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는 추세에 맞춰 항만시설의 규모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항만계획은 1990년대와 같은 4000TEU급 선박을 표준선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1만8000TEU급 선박이 부산항과 광양항에 입항하고 있고 2017년부터는 2만 TEU급 선박도 운행될 예정이다.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위해 국내 항만의 여건을 분석하고 필요 시 항만시설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리거룰(Trigger Rule)을 항만별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트리거룰은 물동량 연동 항만개발제도로 항만을 개발할 때 물동량의 증가 추이에 따라 추진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수요에 맞춰 공급한다’는 의미다. 항만의 하부구조를 먼저 만들어놓고 물동량이 적정 수준에 이르면 상부시설을 마저 완성하는 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 규정은 현재 국내 모든 항만에 적용되는데 중국 등 세계 항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항은 여기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다.
이 외에 남기찬 한국해양대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 박남규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어재혁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장 등도 “우리 항만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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