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구조조정 칼바람… 4050 “짐 싸야 하나”

송충현기자

입력 2015-05-26 03:00 수정 2015-05-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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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이미 희망퇴직제 실시… 신한-농협 임금피크제 노사협의중
하나-외환銀도 구조조정 불가피할듯… 우리銀, 매년 임금피크 150명 퇴사


금융회사들이 중장년층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인적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발을 맞추면서 동시에 그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혔던 과도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청년들과 ‘일자리 전쟁’을 벌여야 하는 중장년층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위해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과 보상 범위 등을 놓고 노사가 협의를 시작했고 농협은행 역시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58세→60세)에 맞춰 임금피크제를 시작할 계획이다.

통합을 추진 중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공식적으로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내부에서는 통합 뒤 장기 근속자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국민은행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55세 이상 직원과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들이 인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높은 임금을 받는 관리자를 줄이고 현장에서 영업할 수 있는 젊은 직원들을 늘리기 위해서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대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면서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데 채용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비용도 줄이고 당국과 코드도 맞춘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장년층 직원들의 위기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중장년층 직원들은 희망퇴직이 확대되면 실적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0대 중반인 한 시중은행 직원은 “지금까지는 승진을 못해도, 실적이 나빠도 눈 꼭 감고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과 맞물려 실시되는 임금피크제 역시 취지와 무관하게 직원들에게는 ‘해고통보’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 매해 희망퇴직을 실시 중인 우리은행에서는 매년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중 100∼150명이 퇴사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인건비가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권의 특성상 정년도 연장하고 청년 채용도 늘리려면 희망퇴직 등을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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