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기업 임금피크제 확산 추진… 노동계 “원천봉쇄”

유성열기자

입력 2015-05-26 03:00 수정 2015-05-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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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 戰雲

정부가 민간 부문에서 도입이 지지부진한 임금피크제(올해 도입률 9.4%)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법 개정이 어려운 데다 노사 합의로는 도입이 어려운 사업장이 많은 만큼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도입을 확산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공청회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노사정(勞使政) 협상 결렬 이후 증폭되고 있는 노정(勞政)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현재 10곳 중 1곳

한국노동연구원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도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을 참석시켜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를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을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려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인건비 증가를 우려한 기업들이 벌써부터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377곳(종업원 100명 이상)의 올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59.1%만이 신규 채용 계획이 있거나 채용을 했다고 답해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고용부 조사 결과 기업 10곳당 1곳 정도에 그쳤다.


○ 취업규칙 변경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에 임금피크제 의무화 조항을 넣으면 되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노동계와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해 사실상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

관련법 개정 없이 개별 사업장 노사가 도입에 합의하는 방안도 있다. 공공 부문은 정부가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고 이에 동의하는 노조도 늘어 기획재정부 집계 결과 전체 공공기관 중 17.8%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기업도 노사 합의를 통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조업 등 상당수 민간 기업은 노조가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노사 합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제3의 방안’인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다음 달 제시할 방침이다. 개별 사업장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 조항을 넣을 수 있도록 정부가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변경하려면 노조나 근로자 대표(근로자 과반수 지지로 선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문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대표적인 제도”라며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고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한 임금피크제는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지침을 우리가 제시하고 개별 사업장이 이 지침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적용 연령과 임금 삭감 비율이 쟁점

전문가들은 다음 달 정부가 제시할 지침의 내용과 수준이 임금피크제 확산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을 몇 살부터, 얼마나 깎아야 사회통념상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될지가 앞으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규정하고 양대 노총 총파업 등을 통해 강력히 반대하기로 했다. 특히 28일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공청회장 입구를 원천 봉쇄해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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