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도박사의 오류’로 보는 금융시장의 발전방향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5-02-10 14:35 수정 2015-02-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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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는 우리나라의 ‘나눔로또’와 비슷한 로또 제도가 있다. 이 로또는 36개의 번호(1번부터 36번까지)가 적힌 작은 볼들에서 7개를 무작위로 뽑아 매주 토요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인터넷 로또를 즐기는 방법에는 1) 게이머 본인이 7개의 번호를 고르거나 2) 로또 주관기관이 7개의 숫자를 선택하거나 3) 본인이 8개 번호를 고른 후 이 가운데에서 주관기관이 무작위로 7개 숫자를 선택하는 안 등 세 가지가 있다. 흔히 마지막 방법을 시스템 로또라고 한다.

시스템 로또를 택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이 전의 로또결과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도박사의 오류’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도박사의 오류란 사람들이 동전이나 구슬(룰렛)로 도박을 할 때 이전에 나왔던 동전 면이나 구슬이 멈춰서 가리킨 숫자가 다시 나올 확률이 낮다고 믿고 자주 나왔던 면이나 숫자에 돈 걸기를 꺼려하는 인지 오류 현상이다. 이론적으로 동전이나 구슬 던지기 게임은 앞·뒷면 또는 다른 숫자가 나올 기회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이전의 빈도가 이후의 성공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덴마크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 인터넷 로또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선택한 게이머들은 36개의 숫자 중에서 평균 29개의 숫자를 사용했다. 반면 시스템 로또 게이머들은 평균 14개의 숫자만 이용했다. 더 특이한 점은 시스템 로또를 하는 사람들의 약 85%가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남성들이 인터넷 도박에 더 적극적이라는 증거다. 또한 남성들은 전 주에 로또 주관기관에 의해 배합된 숫자를 피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즉 본인들이 전에 베팅한 번호를 의식적으로 피했다. 반대로 여성은 전 주에 선택된 숫자와 선택되지 않은 숫자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도박사의 오류에서 관찰된 남녀 간의 차이는 금융시장의 발전방향을 암시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여겨져 온 각종 증권 및 투자업무에서 도박사의 오류는 필연적이고 치명적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성별 분산투자에도 주목해야 할 때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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