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가상광고 허용… 지상파 배 불리려 시청권 훼손
동아일보
입력 2015-01-26 03:00 수정 2015-01-26 03:00
[방통위, 미디어 생태계 교란]시청자 외면하는 ‘방송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9일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유료 방송 광고 규제도 대폭 완화해 방송시장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지상파와 유료 방송 사이의 ‘비대칭 규제’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중소 방송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설명과는 달리 지난해 12월 24일 입법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규제 완화의 대부분 혜택이 지상파 방송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의 경우 법 개정만으로 프로그램 전후 광고가 36개에서 54개로 늘어난다.
○ ‘지상파 특혜’ 집중된 방송법 개정안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 달 9일 공청회와 총리실 규제개혁 심사를 거쳐 상반기에 실시될 예정이다. 유료 방송업계, 신문협회 등이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방통위는 처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미디어업계가 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정안 자체가 지상파 특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 수준대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상파 광고 허용 시간이 유료 방송보다 더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란 지상파 방송에 전체 광고시간만 규제하고 종류, 횟수, 방법 등을 없애는 것. 개정안대로라면 유료 방송은 방송 프로그램 편성 시간당 평균 17%, 지상파는 편성 시간당 평균 15%까지 자율적으로 광고 편성을 할 수 있게 된다.
외형상으로는 유료 방송에 더 큰 혜택을 준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유료 방송채널은 케이블TV, 인터넷TV(IPTV) 등 방송 송출 사업자에 시간당 평균 2분(3%)의 지역 광고 시간(일명 큐톤)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광고에 대한 모든 수익은 방송 송출 사업자가 가져간다. 반면 지상파 방송은 지역 광고 시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는 시간당 광고가 9분, 유료 방송은 8분 12초가 된다. 이 때문에 케이블TV협회는 “일일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거나 광고 허용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는 개정안에서 기존 스포츠 중계에만 허용했던 가상광고를 교양, 오락, 스포츠 보도 장르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상광고란 프로그램 방송 도중에 돌출 형태로 삽입되는 광고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상파 방송은 1박2일(KBS), 런닝맨(SBS) 등 오락·예능 프로그램 중에도 가상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이들 프로그램의 15초당 광고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오락·예능 장르의 가상광고 가격은 1500만 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료 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 방송 예능도 가상광고가 가능하지만 사실상 판매가 힘들 것”이라며 “가상광고 물량의 90% 이상이 지상파로 몰릴 것으로 보여 총량제보다 더 큰 특혜”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가상광고 확대로 시청자들의 시청권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장르 확대는 유료 방송 채널에만 먼저 허용하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최종 결정 과정에서 지상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채널협의회 측은 “(가상광고를) 유료 방송에 먼저 허용해 시청자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방통위가 귀를 닫았다”며 “지상파 방송이 더 중시해야 할 공공, 공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지상파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만큼 다른 사업자의 다양한 목소리는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유료 방송 규제 완화는 ‘시늉’만
이처럼 지상파 광고 규제는 대폭 완화된 반면, 유료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방통위가 유료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책으로 내세운 ‘간접 광고 허용 시간 확대’는 실제 방송 시장에서는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는 규제 완화책이다. 방통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유료 방송의 간접 광고 허용 시간을 프로그램 시간당 기존 5%에서 7%로 늘려줬다. 간접 광고란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다. 광고 단가가 일반 광고의 2∼3배다.
그러나 현재 전체 200여 개 방송 사업자 중 간접 광고를 받고 있는 사업자는 10% 미만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상파가 간접 광고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한 중소 유료 방송사 관계자는 “간접 광고가 팔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허용 비율을 높여 줘봐야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업계가 주장해 온 방송 광고 시장 확대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는 제외됐다. 유료 방송업계는 방송 광고 허용 품목 확대, 공영방송 광고 폐지 등 방송 광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안을 요구했지만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바일, 온라인 매체로 방송 광고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광고 시장 확대는 시급한 문제”라며 “규제 기관은 전체 사업자가 공생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9일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유료 방송 광고 규제도 대폭 완화해 방송시장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지상파와 유료 방송 사이의 ‘비대칭 규제’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중소 방송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설명과는 달리 지난해 12월 24일 입법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규제 완화의 대부분 혜택이 지상파 방송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의 경우 법 개정만으로 프로그램 전후 광고가 36개에서 54개로 늘어난다.
○ ‘지상파 특혜’ 집중된 방송법 개정안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 달 9일 공청회와 총리실 규제개혁 심사를 거쳐 상반기에 실시될 예정이다. 유료 방송업계, 신문협회 등이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방통위는 처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미디어업계가 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정안 자체가 지상파 특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 수준대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상파 광고 허용 시간이 유료 방송보다 더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란 지상파 방송에 전체 광고시간만 규제하고 종류, 횟수, 방법 등을 없애는 것. 개정안대로라면 유료 방송은 방송 프로그램 편성 시간당 평균 17%, 지상파는 편성 시간당 평균 15%까지 자율적으로 광고 편성을 할 수 있게 된다.
외형상으로는 유료 방송에 더 큰 혜택을 준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유료 방송채널은 케이블TV, 인터넷TV(IPTV) 등 방송 송출 사업자에 시간당 평균 2분(3%)의 지역 광고 시간(일명 큐톤)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광고에 대한 모든 수익은 방송 송출 사업자가 가져간다. 반면 지상파 방송은 지역 광고 시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는 시간당 광고가 9분, 유료 방송은 8분 12초가 된다. 이 때문에 케이블TV협회는 “일일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거나 광고 허용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교양 프로에도 가상광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안에서 스포츠 중계에만 허용했던 가상광고를 교양, 오락, 스포츠 보도 장르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한 스포츠 중계의 가상광고 장면. 동아일보DB
○ 예능 프로그램의 가상광고 허용도 ‘특혜’방통위는 개정안에서 기존 스포츠 중계에만 허용했던 가상광고를 교양, 오락, 스포츠 보도 장르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상광고란 프로그램 방송 도중에 돌출 형태로 삽입되는 광고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상파 방송은 1박2일(KBS), 런닝맨(SBS) 등 오락·예능 프로그램 중에도 가상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이들 프로그램의 15초당 광고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오락·예능 장르의 가상광고 가격은 1500만 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료 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 방송 예능도 가상광고가 가능하지만 사실상 판매가 힘들 것”이라며 “가상광고 물량의 90% 이상이 지상파로 몰릴 것으로 보여 총량제보다 더 큰 특혜”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가상광고 확대로 시청자들의 시청권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장르 확대는 유료 방송 채널에만 먼저 허용하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최종 결정 과정에서 지상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채널협의회 측은 “(가상광고를) 유료 방송에 먼저 허용해 시청자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방통위가 귀를 닫았다”며 “지상파 방송이 더 중시해야 할 공공, 공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지상파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만큼 다른 사업자의 다양한 목소리는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유료 방송 규제 완화는 ‘시늉’만
이처럼 지상파 광고 규제는 대폭 완화된 반면, 유료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방통위가 유료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책으로 내세운 ‘간접 광고 허용 시간 확대’는 실제 방송 시장에서는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는 규제 완화책이다. 방통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유료 방송의 간접 광고 허용 시간을 프로그램 시간당 기존 5%에서 7%로 늘려줬다. 간접 광고란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다. 광고 단가가 일반 광고의 2∼3배다.
그러나 현재 전체 200여 개 방송 사업자 중 간접 광고를 받고 있는 사업자는 10% 미만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상파가 간접 광고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한 중소 유료 방송사 관계자는 “간접 광고가 팔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허용 비율을 높여 줘봐야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업계가 주장해 온 방송 광고 시장 확대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는 제외됐다. 유료 방송업계는 방송 광고 허용 품목 확대, 공영방송 광고 폐지 등 방송 광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안을 요구했지만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바일, 온라인 매체로 방송 광고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광고 시장 확대는 시급한 문제”라며 “규제 기관은 전체 사업자가 공생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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