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이상훈기자 , 홍수용기자

입력 2015-01-01 03:00 수정 2015-0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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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비과세-보조금 낭비 8兆… 혈세 새는지 철저한 감시 필요

로마의 티베리우스 황제는 세금 걷기를 ‘양털 깎기’에 비유했다. 좋은 양치기가 양이 아프지 않게 털을 깎듯 좋은 국가는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며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뜻이다. 양의 해인 2015년 새해에 한국인들은 얼마만큼의 ‘통증’을 느끼며 세금을 내게 될까.

급증하는 복지재원 등을 마련하려고 정부는 매년 세제개편을 통해 세금 부담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도 필요한 만큼 세금이 걷히지 않아 빚을 내 나라를 운영하는 적자재정 상황이 이어진다. 이대로라면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는 본격적 증세(增稅)가 가시화될 수 있다. 세금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재정을 낭비하는 나라 살림살이의 전체 구조를 서둘러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3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세금을 깎아주는 263개 비과세, 감면 항목과 2031개 정부보조금사업을 분석한 결과 나랏돈 지원 효과가 미흡한 분야에 혜택을 주거나 부정 수급자에게 ‘눈먼 돈’을 주는 식으로 낭비한 세금이 지난해에만 8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3년 비과세 감면항목 평가’에서 정책목적 달성도를 ‘미흡’ 또는 ‘아주 미흡’으로 지적했던 44개 비과세 감면항목 중 42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014년에 정부가 이 42개 항목에서 깎아준 세금만 7조2119억 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금 등 정부가 돈을 직접 넣는 사업에서 부정 수급자가 챙긴 돈도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성장은 더딘데 나랏빚은 급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35.1%에서 올해 35.7%로 증가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노동, 교육, 금융 분야의 구조개혁에 나선다. ‘세금이 새고 있다’는 불신이 커지면 국민 세금을 땔감으로 달리는 ‘개혁 기관차’는 동력을 잃고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 및 재정 개혁을 당장 시작하되 고소득, 전문직의 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등 점진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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