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이동영업 금지… 신규 창업신고 1대 그쳐

김호경기자 , 세종=홍수용기자

입력 2014-12-29 03:00 수정 2014-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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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채명진 씨(24)와 스위스에서 요리 유학을 한 김소망 씨(27)는 올해 8월 ‘푸드트럭’ 업체인 ‘밀라노익스프레스’를 창업했다. 창업 4개월 만에 전용 페이스북 구독자가 1300여 명에 이를 만큼 유명한 집이 됐다. 하지만 채 씨는 이달 12일 구청의 단속에 걸려 영업을 중단했다.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영업했다는 것이 단속 이유였다. 채 씨는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싶지만 서울에서 푸드트럭이 영업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130여 일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푸드트럭 영업을 가로막던 규제는 풀렸지만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채 씨처럼 현재 대다수 푸드트럭 업주는 불법영업을 하거나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해외에서 ‘값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푸드트럭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푸드트럭 외에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 과제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규제개혁 건의 과제 153건 가운데 114건을 수용키로 했지만 핵심 개혁 과제인 노동과 수도권 규제 문제가 검토 대상에서 빠진 데다 일부 수용 과제는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이어서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 8월 정부가 처음으로 유원시설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했지만 지금까지 영업신고를 한 푸드트럭은 모두 3대. 올 10월 정부가 도시공원, 체육시설, 하천부지 등으로 영업지역을 확대한 뒤 추가로 영업신고를 한 푸드트럭은 1대에 그쳤다. 그나마 영업신고를 한 푸드트럭 3대 중 2대는 현재 폐점 위기에 처해 있다.

푸드트럭 규제는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로 꼽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푸드트럭 영업을 가로막는 식품위생법,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률을 고치며 규제개혁에 속도를 냈다. 당시 정부는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6000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것과 동시에 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영업할 장소가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현재 전국에서 푸드트럭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장소는 충북 제천시와 경북 상주시에 있는 민간 유원지 두 곳뿐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유원지나 도시공원, 체육시설 가운데 푸드트럭 영업이 허용된 곳은 없다. 지자체들은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이유로 푸드트럭 영업 허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푸드트럭은 불법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A 씨는 “푸드트럭이 이슈화되면서 오히려 구청 단속이 심해졌다”며 “벌금이 계속 늘어나 8월에 점포를 차렸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한 푸드트럭 합법화에 대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3월 끝장토론에 참석해 박 대통령에게 푸드트럭 합법화를 건의한 배영기 두리원 F&F 대표는 “푸드트럭의 핵심은 기동성”이라며 “영업지역을 묶어 두면 노점상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 규정대로 푸드트럭 1대가 한 장소에서만 고정적으로 영업하도록 한다는 발상 자체가 푸드트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노점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추가적인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푸드트럭 영업장소를 허가하는 권한은 각 지자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영업 가능 지역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 / 세종=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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