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영등포서 여의도까지 직접 타본 우버는?
동아경제
입력 2014-12-01 12:05 수정 2014-12-01 13:26
‘다짜고짜 반말을 하거나, “아가씨 좋은 냄새나네? 남자친구 만나러 가?”, 엉뚱한 곳에 내려주고는 오히려 큰소리치고, 술 취한 승객이 구토를 하자 아무 도로에나 유기, 아는 길도 돌아서 가라?, 요금 바가지에 카드 내면 대놓고 눈치주기, 도로위의 무법자, 과속에 난폭 운전.’
대중교통과 함께 시민의 발이 돼주고 있는 고마운 택시. 하지만 위와 같은 나쁜 사례들을 한두 차례 접한다면 그런 생각은 바로 바뀐다.
이 밖에도 안경 쓴 여자가 첫 손님이라 재수가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기사, 승객과 백분 토론을 벌이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주입하려는 피곤한 기사, 잠깐 조는 사이에 엉뚱한 곳을 달리고 있는 기사 등 SNS상에 떠도는 이야기와 주위에서 직접 겪은 일을 들어보면 도를 넘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예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정당한 돈을 지불하고도 이런 불쾌한 일을 당한다면 택시 타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택시업계에 경종을 울리고자, 어떤 업체를 홍보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출발점은 그저 한국에 사는 평범한 젊은 여성으로서 택시 타기가 슬슬 겁나고 성가신 일이 되려던 찰나 ‘모두의 개인 드라이버(Everyone's Private Driver)’라는 슬로건을 달고 나타난 신세계(?)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었다. 어쩌면 택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과 함께.
이용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혹은 웹상에서 메일주소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카드정보를 마지막으로 확인버튼을 누르면 계정 승인이 끝난다.
이후 GPS를 켜 탑승 위치 설정 후 자신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을 선택해 탑승 위치를 요청하면 기사정보와 차종이 나타난다. 이후 기사와 연락을 취해 구체적인 장소 확인 후 여정을 시작한다.
서비스는 우버X(UberX), 블랙(BLACK), 택시(TAXI) 세 가지로 나뉘는데 블랙은 BMW, 벤츠, 에쿠스, K9등 프리미엄 세단으로 리무진과 비슷한 서비스를, 택시는 일반 택시와 연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지막 우버X는 개인이 자신의 차를 등록해 운행하는 방식으로, 현재 진출국마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버X를 타려했지만 토요일 오전부터 지도상에 우버X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우버 블랙 차량을 선택해 여정을 시작했다. 코스는 베스트웨스턴구로호텔에서 여의도 IFC몰까지 약 6km. 요금은 모두 1만6000원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회원가입을 하면 1만 원짜리 쿠폰이 나온다. 쿠폰을 제외하면 내 카드에서 6000원이 결제됐다.
목적지까지 함께 한 차는 지난 달 출시한 기아차 더 뉴 K9였는데 타자마자 일반 택시와 확연히 다른 넓은 공간에 일단 합격점을 줬다. 승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가 운전석 대각선 뒷자리다 보니 일부러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많이 당겨놓기도 한다는 것이 기사의 설명. 또한 물과 담요가 구비돼있어 무언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속이나 신호위반은 전혀 없었고 실내 소음도 거의 없었다.
일반 택시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점은 기사와 승객이 서로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기사는 기사로서 승객은 승객으로서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 위에 나열한 불쾌한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한다고 할까? 총 별 다섯 개 만점 중 4.6점 이하의 점수를 받을 경우 기사와 승객 모두 우버에서 아웃,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20분가량의 여정이 모두 끝난 후 기사가 직접 내려 문을 열어주고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나의 우버블랙 탑승기는 끝났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왠지 모를 허무함이 밀려왔다. 카드나 현금을 내고 계산하는 절차가 빠져서 그런 걸까? 처음에 블랙을 타보겠다고 했을 때 모범택시와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주변 지인들의 말이 떠오름과 동시에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내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와 함께 의문점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우선 별점 평가가 실제 서비스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거나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승객과 기사가 짐작하는 것이 아닌 우버 측에서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실효성이 있는 기존 택시 시스템과의 차이점도 궁금해졌다. 아 빠른 시일 내 한 번 더 타봐야 하나?
우버, 최근 뜨거운 감자인 것은 확실하다. 한 쪽에서는 “공유경제다, IT 산업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절차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유사 택시영업이다,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시장 질서를 파괴한다”고 반박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게다가 8월부터 서울 지역에서 중계 수수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던 우버X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이후로 유료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앞으로 발생할 파장과 우버가 어떤 식의 대처 방안을 내 놓을지가 궁금해진다.
한편 우버는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트레비스 캘러닉(39)에 의해 처음 탄생했다. 창업 동기는 간단하다. 택시를 잡는 데 30분이나 걸려 짜증이 났기 때문. 원대한 꿈을 이루고자가 아닌 오로지 편리함을 추구하겠다는 이 발상이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 보급되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우버는 창립 이듬해인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2013년 구글벤처스가 2억5천만 달러, 우리 돈 약 2500억 원을 투자해 기업가치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도 향상됐다. 이후 글로벌 펀딩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버의 기업 가치는 약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4조648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현 동아닷컴 인턴기자 wjdwofjq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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