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5170억 들여 ‘빈 깡통’

강유현기자

입력 2014-10-13 03:00 수정 2014-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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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기 전 탱크부터 짓는 졸속… 기업 참여 꺼려 여수탱크 59% 텅텅

정부가 세계 4대 오일 허브로 키우겠다며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 허브’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전남 여수의 오일 저장시설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는 저장탱크의 59%가 텅텅 비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를 해제하기 전에 탱크부터 지은 졸속 행정에 최근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12일 동아일보가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OKYC에서 원유 및 석유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탱크 818만1000배럴 중 40.8%에 해당하는 333만6000배럴만큼만 차 있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100만7000배럴의 탱크를 빌리고 있으면서도 단 1배럴도 채우지 않고 있었다. 96만9000배럴의 탱크를 빌린 중국항공석유(CAO)는 7.4%에 해당하는 7만2000배럴의 석유제품만 저장하고 있었다.

동북아 오일 허브 사업은 총 2조203억 원의 민간자금을 투입해 울산과 여수에 2020년까지 3660만 배럴 규모의 원유 및 석유제품 저장시설을 만든 뒤 트레이더들을 유치해 미국 텍사스 주 걸프 연안, 유럽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베르펜) 지역, 싱가포르와 함께 한국을 석유 거래와 금융의 중심지인 세계 4대 오일 허브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의 첫 단추 격인 OKYC에는 한국석유공사,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CAO 등이 주주로 참여해 총사업비 517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출범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원유를 섞어 내수용 석유제품을 만드는 석유혼합(블렌딩) 작업이 아직 불법으로 간주되는 데다 인근 정유 시설을 보세공장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업체들이 진출을 꺼리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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