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반짝회복 사그라지기 전에…” 실탄 긴급 수혈

김준일 기자 , 문병기 기자

입력 2014-10-09 03:00 수정 2015-07-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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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내수침체, 정부 비상]
경제팀, 재정확대 연이어 발표




정부가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5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시중에 공급하기로 한 것은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아래쪽으로 꺾이고 있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응급 처치’에 가깝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어렵게 고개를 든 경기회복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기 전에 신속히 대응해 내수와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엔화 약세 등 거센 외풍(外風)에 성장동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내놓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경기 회복세 식을라” 신속한 대응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정부가 두 달여 동안 시중에 푼 자금은 11조7000억 원에 이른다. 당초 올해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26조 원 중 절반가량을 이미 집행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던 경제지표들은 최근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8월 전월 대비 3.8% 감소했고 각종 투자확대 정책에도 설비투자는 한 달 전보다 10.6% 줄었다. 민간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이른 추석 효과에 힘입어 8월 2.7% 증가(전월 대비)했지만 9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화 약세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악재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위협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따라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투자 심리마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움츠러든 가계와 기업에 자신감부터 되살리겠다”던 정부 경제팀의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날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확산되는 불안감에 발 빠르게 대응해 경제를 당초 기대했던 성장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월 말 내놨던 41조 원의 ‘정책 패키지’ 중 올해 말까지 집행하기로 한 정책자금 규모를 26조 원에서 31조 원으로 확대하고 관광 활성화 방안 등 내수 보완 대책을 내놨다. 내년 1월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외국인 관광객 대상 ‘코리아그랜드세일’ 일정을 12월로 한 달가량 앞당기고 환전업자의 환전 허용액을 하루 2000달러에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만 19세 이상인 제주면세점 이용자 연령제한도 폐지된다. 고령자 가구와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이 체불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하고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민 대상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대출’의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지금까지는 주택 교체를 위해 대출을 받는 1주택자는 주택 가격이 4억 원 이하여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6억 원 이하 1주택자도 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6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부동산 중개보수를 인하하는 방안도 이달 발표할 계획이다.


○ “내수 부진 해결하기엔 역부족”



엔화 약세에 대한 대응도 대폭 강화했다. 직접 피해를 본 일본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이 낮아진 일본의 설비를 사들여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우선 정부는 일본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공사와 기업은행의 특례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등 12월까지 1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4000여 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환율 변동으로 입은 손해를 보전해주는 환(換)변동 보험의 보험료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줄 방침이다.

또 자동화 설비를 수입해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해 관세를 30% 깎아주는 세제혜택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현재는 중소기업만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시설재 수입자금 대출금리도 0.5%포인트 인하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설비투자펀드 지원 금액도 3조5000억 원 확대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인다. 저금리에도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흐름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지원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해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경제가 회복될 때 보조를 맞춰 실물경제를 살렸어야 하는데 정부 대책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활성화 방안 역시 관광 등 지엽적 대책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데는 가계부채,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번 대책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한다기보다 민생안정 지원책에 머물고 있다”며 “서비스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 돈을 풀어도 재정만 악화되고 경기는 주저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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