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급증

서동일기자

입력 2014-09-29 03:00 수정 2014-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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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모니터링 한다고? 그럼 해외 메신저 이용”

“무서워서 메신저 망명 왔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내려받은 사람들은 이런 후기를 남겼다. 텔레그램은 한국어를 쓸 수는 있지만 메뉴 설명서 등에서는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텔레그램 사용자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때는 19일. 전날 대검찰청이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허위 사실 유포자를 상시 적발하겠다”며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 신설을 밝힌 직후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정부가 카카오톡 라인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24시간 감시해 처벌한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덩달아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를 이용하는 ‘사이버 망명’을 떠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본보가 온라인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과 함께 19일부터 최근까지 텔레그램 일간 사용자 수를 분석해 보니 2만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가 25일에는 25만여 명으로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직장인 조재권 씨(31)는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를 누군가 쉽게 엿볼 수도 있겠다는 불쾌감 때문에 해외 메신저 서비스로 바꿨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해외에서 보안에 특화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유명하다.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 처리하고 대화 내용도 서버에 남지 않고 자동 삭제된다. 연락처가 저장된 상대만 연결되고 대화 상대를 모두 암호화할 수도 있다. 텔레그램은 올해 초 20만 달러(약 2억 원)를 상금으로 내걸고 텔레그램 해킹 대회를 열었지만 아직 성공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25일 “카카오톡에서 명예훼손 범죄가 발생할 경우 조속한 협조를 요청한 것뿐”이라며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텔레그램은 28일 주요 한국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인기가 여전히 높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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