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홈플러스 ‘신종 甲질’

동아일보

입력 2014-06-16 03:00 수정 2014-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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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 직원 상주시킬테니 납품업체서 월급 절반 부담하라”
20곳 일방 선정후 1곳서 시범 실시
업체들 “회사 감시행위” 반발… 홈플러스 “문제 된다면 없애겠다”


홈플러스가 품질관리 직원을 납품업체에 상주시키도록 해 ‘갑의 횡포’ 논란을 빚고 있다. 더욱이 파견된 직원의 월급 중 절반을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홈플러스, 납품업체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해 4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유성점에서 신선식품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품질관리를 전담하는 직원 파견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홈플러스 본사는 “회사 차원에서 품질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기존에 물류센터에서 하던 품질검사를 앞으로는 납품업체에서 직접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홈플러스는 경남 함안군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일괄적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 신선식품 품질관리 요원(인스펙터)을 상주시켜 품질검사를 할 뜻을 통보했다. 본사 소속이 아닌 한 용역업체를 통해 뽑은 직원을 보내는 방식이다. 우선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납품업체 400여 곳 가운데 시범적으로 인스펙터를 보낼 20곳을 선정했으며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신선식품업체에서는 4월 중순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신선식품업체 대표자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영 간섭을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범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A업체 사장은 “홈플러스가 우리 회사를 감시하는 것 같다”며 “제품을 홈플러스에만 독점으로 납품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 기밀 등이 유출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 상주 직원 월급(약 200만 원)의 절반가량을 부담하도록 한 사실도 알려졌다. 또 다른 B업체 사장은 “궁극적으로 물류센터 직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신선식품에서 더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획한 것일 뿐 납품업체를 간섭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다면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환 열린노무법인 부산사무소장은 “납품업체 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품질관리를 목적으로 직원의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홈플러스 본사에 직원 파견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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