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잔’ 힘들어졌네… 돼지고기 공급 늘어도 가격 급등

동아일보

입력 2014-05-22 03:00 수정 2014-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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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서 거래되는 물량 적어… 조금만 가격 변하면 큰폭 출렁
지난해보다 26%나 비싸져


돼지고기 공급이 늘어나는데도 삼겹살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행 돼지고기 도매가격 산정 기준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에 대한 우려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이달 1∼20일 삼겹살의 평균 소매가격(1kg)은 1만94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476원)보다 25.8% 높았다. 삼겹살 평균 도매가격(1kg)도 4778원으로 전년 동기(3544원)보다 34.8% 비쌌다.

삼겹살 도·소매가격이 이처럼 고공행진 중인 것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에 따라 닭고기 대신 돼지고기가 많이 팔렸고, 예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캠핑 등 야외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고기 공급량이 충분한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높은 가격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돼지는 1550만 마리로 평년(1450만 마리)보다 많다. 해외로부터의 수입도 늘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1월 1만762t에서 올해 2월 2만1190t, 4월에는 2만8900여 t으로 집계되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돼지고기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전체의 10%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이를 바탕으로 기준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거래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매시장에서는 물량 수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인다. 도매시장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90%는 육가공업체에서 처리한다. 이들 육가공업체는 양돈농가와 돼지고기 값을 정산할 때 도매시장 가격을 적용한다.

여기에 PED 피해로 공급물량이 줄 것을 우려한 육가공업체들이 농가로부터 돼지고기를 계속 사들이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PED 피해가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PED 감염 돼지 수는 지난해 11∼12월 4403마리였고, 올해 들어서도 1만7050마리에 그쳤다. 하루 도축 물량이 7만 마리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PED 감염의 여파는 미미한 편이다. 실제로 최근 농식품부와 유관기관이 개최한 돼지고기 수급 조절 회의에서도 PED 피해가 전체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PED 피해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불식하고 돼지고기 도매시장의 가격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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