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눈 딱 감고 하루만 몰입해보자”… 놀라운 성과가 시작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4-02-20 03:00 수정 2014-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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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 억지로 한 일도 성취감 느끼면
다음엔 재미 느끼고 즐길 수 있어… 구성원에 ‘작은 성공’ 맛보게 해야


‘저주받은 학년.’ 무슨 말일까? 바로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학생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다. 왜? 2월 소치 겨울올림픽, 6월 브라질 월드컵,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등 2014년 올 한 해는 유난히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많이 열린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연기를 기대하고,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월드컵에 들떠 있다. 하지만 고3 수험생들에게 이들 스포츠 행사는 공부 몰입을 방해하는 ‘수능 파괴자’일 뿐이다. 자칫 주변 분위기에 휩쓸렸다간 수능을 한 번 더 볼 수도 있다. 공부 ‘몰입’을 방해하는 수능 파괴자가 한 해에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등장했다. 저주받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재미있고 편한 일에 끌린다. 학생들은 살면서 한 번 쓸까 말까 하는 미적분보다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 관람에 빠져들기 쉽다. 스포츠 경기 관람, 놀이, 드라마… 재미난 일은 나도 모르는 사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재미있는 일로만 가득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은 오히려 어렵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재미있는 유혹이 넘치는 요즘,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몰입’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몰입에 대한 첫 번째 오해를 풀려면 특정 대상을 대하는 뇌의 작용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A 학생은 축구를 좋아한다. A가 축구를 접했을 때 A의 뇌는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인 호르몬을 내뿜는다. 모두 우리를 즐겁고 신나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축구에 몰입하게 된다. 이번엔 공부를 생각해보자. 많은 학생은 공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고통스럽다. 학생들이 공부를 ‘비호감’으로 여기는 순간, 학생들의 뇌는 아드레날린 같은 부정적인 호르몬을 분비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공부를 떠올리는 순간 스트레스가 따라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피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 번 ‘비호감’이라는 낙인이 찍힌 일은 몰입과 영영 거리가 멀어지는 걸까. 다행히 우리 뇌는 단순하다. 억지로라도 한 번 호감을 느끼게 하면 긍정 호르몬이 나온다. 비호감이 호감으로 둔갑한다. 이는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재미를 붙일 때 가능해진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그 역시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했던 건 아니다. 그의 첫 직장은 월급도 제때 안 나오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나마 업무도 자기 관심 분야에서 벗어나 있었고 이직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첫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는 눈 딱 감고 하루만 일에 몰입해보자고 다짐한다. 하루를 보낸 뒤 그는 의외의 성취감을 맛봤다. 하루는 이틀이 되고, 이틀은 한 달이 됐다. 그는 차츰 일을 즐기게 됐고 결국 지금의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라.” 많은 기업인이 따르는 경영 대가인 그가 경험에서 우러나 하는 조언을 새겨들어 보자.

“쉬워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어렵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괴테의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자는 말도 맞다. 다만 살다 보면 좋아하지 않더라도 해야 하는 일을 만나게 마련이다. 이때마다 적성에 안 맞아서 몰입이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돌이켜보자. 내가 과연 쉬워지고 좋아지기 전 단계를 버텼는지. 한 단계를 참았을 때 생기는 커다란 변화를 즐길 기회를 마련했는지.

조직원을 몰입시키고 싶은 경영자와 리더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목표를 할당하며 몰입하라고 다그치기 전에 조직원에게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해줬는지 되돌아보자. 만약 없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구성원들이 업무 몰입이라는 주요리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부담 없고 맛있는 애피타이저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한철환 HSG 휴먼솔루션그룹 성과관리연구소장
chhan@hsg.or.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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