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 좁다고 입점 포기한 건물서 매출 2배… 왜?
동아일보
입력 2014-02-17 03:00 수정 2014-02-17 03:00
한촌설렁탕 사례로 본 GIS 기반 초정밀 상권분석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A사는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 신규 점포를 냈다가 낭패를 봤다.
A사는 건물 입구가 넓고 주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많은 B건물이 최고의 입지라고 생각했다. 입점을 저울질했던 C건물은 입구가 좁아서 선택하지 않았다. 두 달 후 C건물엔 경쟁업체의 가게가 들어섰다. 매출은 C가 B의 2배였다. A사가 자리 선정 싸움에서 참패한 것이다.
알고 보니 C는 건물 입구는 좁아도 주변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오는 인구가 많았다. 또한 C건물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점포 간판이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의미다. A사 관계자는 “상권 분석을 꼼꼼히 하지 않고 건물 외관과 주변 건물들만 보고 점포를 선정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후회했다.
A사처럼 상권 분석을 대충 하고 사업을 벌였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불황일 땐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최적의 점포 입점 지역’을 찾기 위한 방법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과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까지 동원되는 추세다. 첨단 기술을 동원한 외식 기업들의 입지 선정의 비밀을 취재했다.
○ 지리·인구·소비 정보 샅샅이 뒤진다
한촌설렁탕은 전국에 50여 개 점포를 가진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다. 이 회사는 현재 GIS를 기반으로 상권을 분석하는 전문업체 ‘GIS유나이티드(GU)’와 함께 200개 점포에 대한 입점 후보지를 찾고 있다. 한촌설렁탕의 목표는 수도권 지역에서 ‘평일에는 회사원이 찾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 복합형 점포 입점 지역을 골라내는 것.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우수 점포 3곳과 보통 점포 7곳을 분류해 비교했다. 통계 분석을 통해 점포 반경 1km 내의 인구와 주변 시설의 특징을 뽑아냈다. 30∼54세의 거주 비율이 높으냐가 중요한 변수였다. 주변에 기혼남과 제조업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는 것도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특징이었다.
또 유흥업소, 대형 교회, 병원이 주변에 있어야 매출이 높았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해 수도권 전역에 대입하고 그것을 등급화해 점포를 내야 할 지역을 선정했다. 이렇게 1차적 상권 분석을 마친 뒤 입점이 가능한 건물을 찾는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은 얼마나 가깝고 여기에 머무르는 인구는 얼마인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점 후보 상권에서 발생하는 매출 정보를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 평일엔 회사원이, 주말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 점포를 찾으려면 후보 상권 내 기존 점포들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평일과 주말의 비중, 평일 법인카드 사용 비율을 살펴야 한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고객들의 광범위한 매출 정보, 이른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가능해졌다. 송규봉 GU 대표는 “빅데이터는 GIS 기반의 상권 분석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 건물 리모델링에도 빅데이터 분석 적용
이러한 상권 분석은 신규 입점 점포를 찾는 데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대형 상가를 리모델링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 애플플라자의 경우 1∼3층의 점포 구성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존 부동산 컨설팅업체는 상가 입점을 희망하는 점포들의 상황을 종합해 상가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GU는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애플플라자 4, 5층에 있는 영화관의 매출 정보를 분석했다. 다른 영화관과 달리 40대 이상 관람객의 비중이 높았다. 200m 떨어진 대형마트에서도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매출 비중이 늘었다. 이를 토대로 상가 한 개 층의 절반 정도를 높은 연령층에 인기가 좋은 아웃도어 카테고리 존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분당 오리역 같은 신규 상권에서 아웃도어 제품 판매가 더 잘된다는 빅데이터 정보도 요긴하게 활용됐다. 신규 상권에서 아웃도어 점포들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GU 측은 “지리정보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정밀하고 창의적인 제안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상권 분석은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파리바게뜨와 GS25 등 대형 업체들도 체계적 입지 선정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GS25 관계자는 “지금처럼 상권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는 온갖 정보를 망라한 분석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A사는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 신규 점포를 냈다가 낭패를 봤다.
A사는 건물 입구가 넓고 주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많은 B건물이 최고의 입지라고 생각했다. 입점을 저울질했던 C건물은 입구가 좁아서 선택하지 않았다. 두 달 후 C건물엔 경쟁업체의 가게가 들어섰다. 매출은 C가 B의 2배였다. A사가 자리 선정 싸움에서 참패한 것이다.
알고 보니 C는 건물 입구는 좁아도 주변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오는 인구가 많았다. 또한 C건물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점포 간판이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의미다. A사 관계자는 “상권 분석을 꼼꼼히 하지 않고 건물 외관과 주변 건물들만 보고 점포를 선정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후회했다.
A사처럼 상권 분석을 대충 하고 사업을 벌였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불황일 땐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최적의 점포 입점 지역’을 찾기 위한 방법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과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까지 동원되는 추세다. 첨단 기술을 동원한 외식 기업들의 입지 선정의 비밀을 취재했다.
○ 지리·인구·소비 정보 샅샅이 뒤진다
한촌설렁탕은 전국에 50여 개 점포를 가진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다. 이 회사는 현재 GIS를 기반으로 상권을 분석하는 전문업체 ‘GIS유나이티드(GU)’와 함께 200개 점포에 대한 입점 후보지를 찾고 있다. 한촌설렁탕의 목표는 수도권 지역에서 ‘평일에는 회사원이 찾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 복합형 점포 입점 지역을 골라내는 것.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우수 점포 3곳과 보통 점포 7곳을 분류해 비교했다. 통계 분석을 통해 점포 반경 1km 내의 인구와 주변 시설의 특징을 뽑아냈다. 30∼54세의 거주 비율이 높으냐가 중요한 변수였다. 주변에 기혼남과 제조업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는 것도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특징이었다.
또 유흥업소, 대형 교회, 병원이 주변에 있어야 매출이 높았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해 수도권 전역에 대입하고 그것을 등급화해 점포를 내야 할 지역을 선정했다. 이렇게 1차적 상권 분석을 마친 뒤 입점이 가능한 건물을 찾는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은 얼마나 가깝고 여기에 머무르는 인구는 얼마인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점 후보 상권에서 발생하는 매출 정보를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 평일엔 회사원이, 주말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 점포를 찾으려면 후보 상권 내 기존 점포들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평일과 주말의 비중, 평일 법인카드 사용 비율을 살펴야 한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고객들의 광범위한 매출 정보, 이른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가능해졌다. 송규봉 GU 대표는 “빅데이터는 GIS 기반의 상권 분석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 건물 리모델링에도 빅데이터 분석 적용
이러한 상권 분석은 신규 입점 점포를 찾는 데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대형 상가를 리모델링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 애플플라자의 경우 1∼3층의 점포 구성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존 부동산 컨설팅업체는 상가 입점을 희망하는 점포들의 상황을 종합해 상가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GU는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애플플라자 4, 5층에 있는 영화관의 매출 정보를 분석했다. 다른 영화관과 달리 40대 이상 관람객의 비중이 높았다. 200m 떨어진 대형마트에서도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매출 비중이 늘었다. 이를 토대로 상가 한 개 층의 절반 정도를 높은 연령층에 인기가 좋은 아웃도어 카테고리 존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분당 오리역 같은 신규 상권에서 아웃도어 제품 판매가 더 잘된다는 빅데이터 정보도 요긴하게 활용됐다. 신규 상권에서 아웃도어 점포들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GU 측은 “지리정보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정밀하고 창의적인 제안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상권 분석은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파리바게뜨와 GS25 등 대형 업체들도 체계적 입지 선정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GS25 관계자는 “지금처럼 상권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는 온갖 정보를 망라한 분석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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