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Z4 타고 ‘쥐포’ 될 뻔한 사연

동아경제

입력 2014-02-14 17:17 수정 2014-0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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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실수는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지 못한 소심함과 조급함에서 비롯됐습니다. 차체가 미끄러지자, 반사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깨달았지만, 처음부터 오르지 못할 산을 오르려 미련한 욕심에서 이 씁쓸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한 겨울 후륜구동 로드스터를 탄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모험이다. 뒷바퀴로 구르고 앞바퀴로 조향하는 특성상 일반 도로에선 우수한 동력전달 능력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노면이 조금이라도 불안정하다면 모험과 위험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 때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기까지 몇 번의 아찔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눈이 오락가락 하던 겨울 어느 날 BMW를 대표하는 로드스터 Z4에 몸을 싣고 서울 도심과 경기도 일대를 달렸다. 강렬한 오렌지 색상과 2인승 로드스터의 독특한 디자인은 어디를 가나 눈에 띄었다. 특히 수많은 차량에 둘러싸여 도심을 달리는 순간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첫인상은 BMW의 핵심 가치인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잘 표현한 모델답게 오로지 달리기 성능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좀 달릴줄 아는 스포츠카들이 그렇듯 Z4 역시 앞쪽에 엔진을 얻고 뒷바퀴로 전달된 동력을 이용해 차체를 움직이는 ‘FR(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롱 노즈 쇼트 데크(Long Nose Short Deck)’라는 전통적 스포츠카 양식에 따라 운전석을 뒷바퀴 바로 위쪽에 놓고 보닛을 앞쪽으로 길게 빼냈다.뒤쪽으로 치우친 운전석은 후륜구동의 운동성을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하며 달리는 맛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또한 어느 정도 속력을 내다보면 뒤쪽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배기음이 운전자를 긴장과 흥분의 세계로 인도한다.

일요일 오후 꽉 막힌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자유로를 따라 파주 임진각까지 왕복 120km를 달렸다. 새벽녘 내린 눈은 제설작업을 막 끝낸 도로를 제외하고 그대로 남아있지만, Z4는 당당한 존재감을 뽐내며 도로를 질주했다.

시승차는 sDrive 35is 모델로 BMW Z4 중 최상위급이다. 2979cc 트윈터보 기술이 적용된 고정밀 직분사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을 장착하고 340마력의 최고출력과 45.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8초에 도달할 만큼 순발력에 있어서 부끄러움이 없다.
저속과 고속에서 일관성을 보이는 7단 더블클러치 스포츠 기어를 탑재해 가속과 연료 효율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도로위에서 구동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기어를 바꿀 수 있는 변속기는 편안함과 함께 역동성까지 갖췄다. 게다가 이전 모델에 비해 연비도 좋아졌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개선됐다.

후륜구동 방식, 50대 50의 전후 무게 배분, 앞뒤 차축 알루미늄 경량 서스펜션 구조, 고강성 경량 섀시 등은 최고의 주행성능을 위해 Z4에 탑재된 ‘과학’이다.

특히 시승차인 sDrive 35is는 M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해 차체가 일반 모델보다 10mm 낮게 설정됐다. 덕분에 낮은 무게 중심과 줄어든 공기 저항 등으로 더욱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국내 판매중인 sDrive 35i와 sDrive 35is에는 다이내믹댐퍼컨트롤(Dynamic Damper Control)을 적용해 도로 상황과 드라이빙 컨트롤에 따라서 서스펜션의 강도를 전자식으로 조절한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은 첨단기능이 달리는 즐거움을 더해줘 운전자는 스트레스 없이 오롯이 달리기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시원스럽게 달리던 자유로 끝자락. 임진각 부근에 도착해 사진촬영을 겸해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사전에 봐뒀던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선 조금 경사진 비포장 길을 따라 올라가야 했지만 이 길은 눈이 그대로 있었다.

불과 10미터 정도만 오르면 보다 좋은 배경에서 촬영할 수 있겠다는 욕심과 그동안 달려왔던 길에서 보여줬던 Z4의 완벽한 핸들링, 안정성 등은 위험한 모험을 부추겼다.

‘설마’하는 생각과 함께 일단 조금씩 전진했다. 처음 2~3미터는 문제없이 앞으로 잘 나가더니 조금 더 경사가 심해지자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차체가 구동력을 잃자 곧바로 스티어링 휠의 조작이 무의미해졌다.
가속페달은 밟고 있었지만 더 이상 차량이 앞으로 나가질 못하며 미끄러지자 공포심과 함께 브레이크 페달로 발이 저절로 옮겨졌다. 그리고 Z4는 그대로 3시간 가까이 멈춰서야 했다. 오른쪽으로는 약 5미터의 절벽까지 있어서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자칫 어설픈 도전은 9000만 원이 넘는 고급차를 절벽으로 떨어뜨려 ‘쥐포’로 만들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그 어떤 실험적 모험도 하지 못했다.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려 주변 가게에서 스프레이 체인을 구입했다. 타이어에 뿌리고 바닥이 보일 정도로 땅을 파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차는 움직이질 않았다. 결국 주변을 지나던 5명의 청년들이 차를 힘으로 밀어 탈출시키는 지극히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린 된 후에야 식은땀과 함께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겨울용타이어도 장착하지 않은 채 단 몇 미터라도 눈길을 가고자했던 오만함에서 시작된 소중한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운전은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속에 되새겼다.하지만 종합적으로 BMW Z4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듣기 좋은 배기음과 엔진에 힘을 더할수록 몸으로 전달되는 묘한 떨림, 커브길을 민첩하게 빠져나오는 스티어링 휠의 짜릿한 감각까지 도로에서 더 이상 부족할 게 없는 스포츠카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그 곳이 눈길만 아니라면 어디에서든지 실력을 발휘하는 당당한 스포츠카의 가격은 sDrive 28i 8110만 원, sDrive 35is 91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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