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설치까지 나선 대형마트… 골목상권 운다
동아일보
입력 2014-01-15 03:00 수정 2014-01-15 03:00
이사서비스-세차장-여행사 등 영세상인 영역 잇달아 넘봐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에 욕실과 주방 설비를 판매하면서 설치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주방의 싱크대와 욕실의 세면기, 변기, 바닥 타일 등이 대상이다. 서비스는 소비자가 마트에서 싱크대를 고르면 롯데마트와 제휴를 한 시공업체가 설치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시공업체는 기존 싱크대를 수거하는 일도 해 준다.
○ 대형마트의 시공 서비스…골목상권 침해 논란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기존 자영업자들의 사업 영역과 겹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계획에 중소 인테리어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서 욕실 바닥 시공 사업을 하는 이은수(가명·36) 씨는 “건설 경기가 나빠서 매출이 떨어졌는데 더 힘들어질 것 같다. 대기업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인테리어까지 손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대형 시공업체와 제휴를 하고 시공 서비스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따라서 서비스 판매가 본격화될 경우 특히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인테리어 업자들은 “동네 빵집 죽이듯이 이제는 인테리어 골목상권도 다 죽이는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내세운다. 욕실 및 주방 시공 서비스를 계획한 것도 지난해 10월 2주 동안 시범적으로 실시한 양변기 판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롯데마트 구로점에서 양변기를 구입한 문성자 씨(60·여)는 “마트에 간 김에 상담을 하니 동네 철물점을 방문해 상담하는 것보다 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롯데마트는 시중 가격보다 30∼40% 싼 가격에 양변기를 팔았다. 판매량은 1일 평균 200여 개나 됐다.
○ 대형마트들 서비스 영역 진출 경쟁
대형마트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성장률 정체에 직면해 있다. 경쟁하듯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럴수록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세차장은 소형 세차장 업주들의 반발을 불렀다. 홈플러스가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사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가 주로 대형 이사업체들과 제휴를 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소외됐다. 2009년부터 마트 내 점포에서 판매가 시작된 보험은 그나마 부작용이 작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뛰어든 알뜰폰은 정부 정책에 부합한 경우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들이 ‘소비자가 원한다’는 말만 강조하다간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존경받는 대기업이 되려면 골목상권 침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구민석 인턴기자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성장률 정체에 놓인 대형마트들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서비스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마트는 업계 최초로 화장실 양변기를 판매하면서 시공 서비스를 시범 제공했다(왼쪽 사진). 홈플러스는 신유통서비스존을 설치하고 이사, 여행, 금융상품 등을 상담한다(오른쪽 사진). 롯데마트 홈플러스 제공
최근 대형마트들이 상품 판매 이외에 ‘서비스 판매’에도 잇달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에 욕실과 주방 설비를 판매하면서 설치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주방의 싱크대와 욕실의 세면기, 변기, 바닥 타일 등이 대상이다. 서비스는 소비자가 마트에서 싱크대를 고르면 롯데마트와 제휴를 한 시공업체가 설치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시공업체는 기존 싱크대를 수거하는 일도 해 준다.
○ 대형마트의 시공 서비스…골목상권 침해 논란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기존 자영업자들의 사업 영역과 겹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계획에 중소 인테리어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서 욕실 바닥 시공 사업을 하는 이은수(가명·36) 씨는 “건설 경기가 나빠서 매출이 떨어졌는데 더 힘들어질 것 같다. 대기업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인테리어까지 손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대형 시공업체와 제휴를 하고 시공 서비스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따라서 서비스 판매가 본격화될 경우 특히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인테리어 업자들은 “동네 빵집 죽이듯이 이제는 인테리어 골목상권도 다 죽이는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내세운다. 욕실 및 주방 시공 서비스를 계획한 것도 지난해 10월 2주 동안 시범적으로 실시한 양변기 판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롯데마트 구로점에서 양변기를 구입한 문성자 씨(60·여)는 “마트에 간 김에 상담을 하니 동네 철물점을 방문해 상담하는 것보다 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롯데마트는 시중 가격보다 30∼40% 싼 가격에 양변기를 팔았다. 판매량은 1일 평균 200여 개나 됐다.
○ 대형마트들 서비스 영역 진출 경쟁
대형마트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성장률 정체에 직면해 있다. 경쟁하듯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럴수록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세차장은 소형 세차장 업주들의 반발을 불렀다. 홈플러스가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사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가 주로 대형 이사업체들과 제휴를 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소외됐다. 2009년부터 마트 내 점포에서 판매가 시작된 보험은 그나마 부작용이 작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뛰어든 알뜰폰은 정부 정책에 부합한 경우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들이 ‘소비자가 원한다’는 말만 강조하다간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존경받는 대기업이 되려면 골목상권 침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구민석 인턴기자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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