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스르르 미끄러지는 ‘도로 위 요트’…재규어 ‘뉴 XJL 2.0’
동아경제
입력 2013-05-20 11:16 수정 2013-05-21 09:22
공차중량 1855kg, 전장 5252mm에 이르는 대형 세단을 1999cc 4기통 엔진이 감당해낼 수 있을까. 재규어의 기함 XJ 라인업에서 가장 작은 트림인 2.0 모델을 시승하기에 앞서 의구심부터 들었다. 참고로 비슷한 크기의 현대자동차(현대차) 에쿠스(기본형 전장 5160mm, 공차중량 1915kg)의 엔진 배기량은 최소 3778cc부터 최대 5038cc까지다.
재규어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뉴 XJ는 차체는 그대로 두고 엔진 크기를 줄인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다운사이징은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다. 엔진 크기를 줄여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해 날로 엄격해지는 세계 각국의 환경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을 작게 만들었다고 힘이 떨어지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다운사이징이 아니다. 이런 차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엔진 크기를 줄여 힘이 부족해지자 터보차저로 보충하기도 한다.
# 차체는 그대로 엔진 크기 줄여 연비 쑥
시승차의 정확한 이름은 ‘XJ 2.0P 럭셔리 LWB(Long Wheel Base)’로, 줄여서 XJL 2.0이라고 부른다. I4 DOHC 터보 가솔린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I4는 포드에서 만든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포드 이스케이프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에도 같은 것이 들어간다. 이미 이스케이프나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통해 어느 정도 성능이 검증된 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3대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 이언 칼럼이 디자인한 재규어 뉴 XJ는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대표적인 세단이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무수한 디자인상을 휩쓸며 ‘아름다운 자동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 소비자는 이전 모델의 디자인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만큼 이전 모델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뛰어났다는 얘긴데, 일부 마니아는 지금도 구형 디자인의 재생산을 재규어에 요구하기도 한다.
뉴 XJL 2.0은 멀리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 또는 운전석에 앉아 보면 차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날렵하면서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역동성을 갖췄다.
엔진이 작아졌다고 실내의 화려함까지 잃지는 않았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엄선한 부드러운 가죽과 알루미늄 표면, 레이저로 가공한 원목 트림은 호사스러운 요트를 떠올리게 한다.
실내외 디자인은 뉴 XJ와 거의 흡사하지만, 오디오는 스피커를 잘 만드는 바우어 앤드 윌킨슨(Bower & Wilkinson)에서 디지털 음향기기에 강점을 보이는 명품 머리디언(Meridian)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MP3 사용이 많아진 최근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
시동 버튼을 누르자 센터패널에 숨어 있던 다이얼식 기어 레버가 솟아올랐다.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가 2008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업계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은 재규어의 상징이 된 드라이브 셀렉터를 이용해 주행모드를 선택하고, 좀 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고 싶으면 스티어링휠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된다.
이 차는 최고출력 240마력에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발휘한다. 차급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다. 참고로 현대차 쏘나타 2.0 가솔린 터보가 271마력에 37.2kg·m의 힘을 낸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9.2km/ℓ이다.
# 화려한 실내…묵직하고 여유로운 주행
뉴 XJL 2.0을 타고 경기 북부 지역의 구불구불한 국도와 반듯한 고속화도로를 250km가량 달렸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 차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꾸준하고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저속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에 요트가 움직이듯 여유롭고 매끄럽게 움직였다. 빠르게 속도를 높일 때는 순간적으로 엔진음이 커지면서 터보가 작동했다. 고속에서 힘이 부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고배기량 대형 세단에서 맛볼 수 있는 넉넉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기어를 S(Sport)에 맞추고 속도를 더욱 높여봤다. 그러자 변속시점이 늦어지고 엔진회전이 빨라졌다. 페달을 밟으면 튀어나가는 스포츠카까지는 아니지만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7.5초에 도달한다.
터보차저 엔진은 버려지는 배기 에너지를 터빈의 회전력으로 변환, 회수한다. XJ 엔진은 효율성을 높이려고 특수 코팅한 피스톤 링과 태핏을 장착하고, 직분사 기술을 탑재해 매 사이클마다 정밀한 양의 연료를 분사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 다운사이징 덕에 가격 낮아져
크고 무거운 차체에 비해 핸들링은 안정적이었다. 급한 커브에서 고속으로 달려도 쏠림이나 비틀림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알루미늄 차체의 강성을 높이고 뼈대를 튼튼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엔진의 진동을 줄여주는 밸런스샤프트 2개와 능동형 엔진 마운트, 고밀도 흡차음재를 사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다운사이징 효과는 가격에 반영됐다. 시승차는 1억2190만 원이고, 이보다 차체가 짧은 XJ 2.0 SWB(Standard Wheel Base)는 1억990만 원이다. XJ 3.0보다 1000만~3000만 원 낮아진 가격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재규어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뉴 XJ는 차체는 그대로 두고 엔진 크기를 줄인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다운사이징은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다. 엔진 크기를 줄여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해 날로 엄격해지는 세계 각국의 환경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을 작게 만들었다고 힘이 떨어지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다운사이징이 아니다. 이런 차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엔진 크기를 줄여 힘이 부족해지자 터보차저로 보충하기도 한다.
# 차체는 그대로 엔진 크기 줄여 연비 쑥
시승차의 정확한 이름은 ‘XJ 2.0P 럭셔리 LWB(Long Wheel Base)’로, 줄여서 XJL 2.0이라고 부른다. I4 DOHC 터보 가솔린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I4는 포드에서 만든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포드 이스케이프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에도 같은 것이 들어간다. 이미 이스케이프나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통해 어느 정도 성능이 검증된 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3대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 이언 칼럼이 디자인한 재규어 뉴 XJ는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대표적인 세단이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무수한 디자인상을 휩쓸며 ‘아름다운 자동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 소비자는 이전 모델의 디자인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만큼 이전 모델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뛰어났다는 얘긴데, 일부 마니아는 지금도 구형 디자인의 재생산을 재규어에 요구하기도 한다.
뉴 XJL 2.0은 멀리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 또는 운전석에 앉아 보면 차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날렵하면서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역동성을 갖췄다.
엔진이 작아졌다고 실내의 화려함까지 잃지는 않았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엄선한 부드러운 가죽과 알루미늄 표면, 레이저로 가공한 원목 트림은 호사스러운 요트를 떠올리게 한다.
실내외 디자인은 뉴 XJ와 거의 흡사하지만, 오디오는 스피커를 잘 만드는 바우어 앤드 윌킨슨(Bower & Wilkinson)에서 디지털 음향기기에 강점을 보이는 명품 머리디언(Meridian)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MP3 사용이 많아진 최근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
시동 버튼을 누르자 센터패널에 숨어 있던 다이얼식 기어 레버가 솟아올랐다.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가 2008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업계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은 재규어의 상징이 된 드라이브 셀렉터를 이용해 주행모드를 선택하고, 좀 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고 싶으면 스티어링휠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된다.
이 차는 최고출력 240마력에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발휘한다. 차급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다. 참고로 현대차 쏘나타 2.0 가솔린 터보가 271마력에 37.2kg·m의 힘을 낸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9.2km/ℓ이다.
# 화려한 실내…묵직하고 여유로운 주행
엄선한 가죽과 원목 등으로 꾸민 뉴 XJL 2.0의 실내는 호사스러운 요트를 연상시킨다.
뉴 XJL 2.0을 타고 경기 북부 지역의 구불구불한 국도와 반듯한 고속화도로를 250km가량 달렸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 차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꾸준하고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저속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에 요트가 움직이듯 여유롭고 매끄럽게 움직였다. 빠르게 속도를 높일 때는 순간적으로 엔진음이 커지면서 터보가 작동했다. 고속에서 힘이 부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고배기량 대형 세단에서 맛볼 수 있는 넉넉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기어를 S(Sport)에 맞추고 속도를 더욱 높여봤다. 그러자 변속시점이 늦어지고 엔진회전이 빨라졌다. 페달을 밟으면 튀어나가는 스포츠카까지는 아니지만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7.5초에 도달한다.
터보차저 엔진은 버려지는 배기 에너지를 터빈의 회전력으로 변환, 회수한다. XJ 엔진은 효율성을 높이려고 특수 코팅한 피스톤 링과 태핏을 장착하고, 직분사 기술을 탑재해 매 사이클마다 정밀한 양의 연료를 분사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 다운사이징 덕에 가격 낮아져
재규어의 상징인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
크고 무거운 차체에 비해 핸들링은 안정적이었다. 급한 커브에서 고속으로 달려도 쏠림이나 비틀림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알루미늄 차체의 강성을 높이고 뼈대를 튼튼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엔진의 진동을 줄여주는 밸런스샤프트 2개와 능동형 엔진 마운트, 고밀도 흡차음재를 사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다운사이징 효과는 가격에 반영됐다. 시승차는 1억2190만 원이고, 이보다 차체가 짧은 XJ 2.0 SWB(Standard Wheel Base)는 1억990만 원이다. XJ 3.0보다 1000만~3000만 원 낮아진 가격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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