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 지뢰’ 포트홀… 귀성길 당신車 노린다

이은택

입력 2013-02-08 03:00 수정 2015-05-18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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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설-비로 많이 생겨 운전하다 구멍에 바퀴 덜컹, 타이어 찢기거나 휠 훼손
급정거로 차량충돌 잇따라… 경로이탈땐 대형사고 날수도


‘도로 위의 지뢰.’

‘포트홀(pothole)’을 일컫는 말이다. 도로가 파손돼 냄비(pot)처럼 구멍이 파인 곳을 말한다. 아스팔트에 스며든 물기는 기온에 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이때 도로에 균열을 만든다. 그 위로 차량이 오가면서 압력을 가하면 아스팔트가 부서지며 떨어져 나가고 결국 커다란 구멍을 만든다.

광주에 사는 박모 씨(35)는 지난해 12월 포트홀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한파가 몰아치고 눈이 내린 날. 박 씨는 광주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1차로로 달리던 그때 눈앞에 갑자기 커다란 구멍이 나타났다. 핸들을 왼쪽으로 확 돌린 순간 반대편 차로에서 오던 화물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박 씨를 비롯해 차에 타고 있던 5명 중 4명이 중상을 입었다. 화물차 운전자도 전치 6주 진단이 나왔다. 문제의 구멍은 지름 60cm, 깊이 5cm의 포트홀이었다.

포트홀은 요즘처럼 폭설과 비가 번갈아 내리면 도로 여기저기에 생겨난다.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이 비나 눈과 섞이면 소금물로 변하는데 이 역시 도로를 부식시킨다. 겨울이나 여름 장마철에 특히 많이 생긴다.

포트홀 때문에 차량이 파손되거나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날카롭게 떨어져 나간 아스콘에 타이어가 긁혀 펑크가 나거나 타이어 휠이 망가지기도 한다. 깊은 포트홀에 빠지면 바퀴 스프링이나 충격 흡수장치가 부서지기도 한다.

특히 오토바이에 포트홀은 치명적이다. 깊이 3, 4cm의 포트홀이 이륜차 운전자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지난해 1월 부산 부산진구의 김모 씨(51)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폭이 좁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녹색 불이 켜지자 앞 승용차를 바짝 따라가던 중 갑자기 오토바이가 전복됐다. 승용차에 가려 보이지 않던 포트홀에 걸려 사고를 당한 것이다.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도로가 얼면 포트홀의 위험은 두 배가 된다.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지하철 신촌역 사이. 꽁꽁 언 도로 여기저기에 포트홀이 운전자를 위협하고 있었다. 취재팀이 찾아낸 포트홀만 7개에 달했다. 이를 모르고 속도를 내던 몇몇 차량은 포트홀을 밟고 ‘덜컹’ 소리와 함께 진행방향이 확 뒤틀렸다. 옆 차로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가까스로 사고를 피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서울시만 해도 하루에 보수하는 포트홀이 700여 곳이다. 시는 100여 명의 인력으로 응급보수반을 꾸려 정비 중이다. 설 연휴에도 3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포트홀을 발견하면 각 지자체에 신고해야 다른 운전자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사용해 위치를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트위터로 접수한 지점을 보수한 뒤 이를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포트홀 때문에 차가 파손되거나 운전자가 다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사고 원인이 포트홀이란 걸 증명할 사진 등을 첨부해 관할 구청에 신청하면 된다. 지난해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6억 원이 손해배상액으로 지급됐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김우섭 교수는 “포트홀에 의한 사고 위험이 높은 계절인 만큼 운전자가 도로 상태에 주의하며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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