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12곳뿐…“길 한복판 설까 불안”

동아일보

입력 2012-09-05 03:00 수정 2012-09-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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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셰어링 시범 서비스 한달… 참가자와 동행해보니

‘전기차 셰어링 시범사업’에 참가한 천봉우 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미리 예약한 전기차의 충전 플러그를 뽑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천봉우 씨(62)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한 전기차 ‘레이’를 찾아 유리창에 ‘전기차 셰어링(sharing) 회원 카드’를 갖다대자 잠겨있던 차의 문이 열렸다. 천 씨는 전조등 옆에 꽂혀있는 충전 플러그를 뽑은 뒤 차 안에 비치된 열쇠로 시동을 걸었다.

천 씨는 지식경제부가 지난달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전기차 셰어링 시범 서비스’ 참가자다. 전기차 셰어링은 전기차를 렌터카처럼 시간 단위로 필요한 만큼 쓰고 반납하는 서비스다.

대당 4500만 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에 그동안 공공기관 위주로 보급돼 온 전기차를 대중화한다는 취지로 만든 정책이다. 신청자는 한 달에 5번, 한 번에 3시간씩 전기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전 본사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경기 성남시 판교역 및 정자역 등 서울과 경기 일대 12곳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미리 예약한 전기차를 이용하고 3시간 이내에 빌린 충전소에 반납하는 식이다.

다섯 번의 이용 기회를 모두 사용한 천 씨는 “전기차를 타고 다녀 보니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충전 완료 후 90k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달리면서도 늘 방전되진 않을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천 씨와 함께 차를 타본 결과 시동을 켠 직후 93km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에어컨을 켜는 순간 82km로 떨어졌다. 한전 본사에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천 씨의 집 근처까지 10분을 달리자 주행 가능 거리는 61km로 줄었다. 천 씨는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처럼 쉽게 눈에 띄어야 한다”며 “달리다 길 한복판에 차가 서기라도 하면 기름처럼 인근에서 사올 수도 없고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

천 씨는 그 외에 차량을 충전하는 데 최소 30분 이상 걸리는 점과 차량을 빌린 충전소로 다시 돌려놔야 하는 점도 불편한 점으로 지적했다.

장점으로는 주행 중 소음이 거의 없는 점과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차량 내 설치된 모니터에는 ‘이 전기차가 현재까지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5kg으로 소나무 50그루가 1년간 정화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천 씨는 11월부터 셰어링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돼도 계속 이용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민하더니 “아마 돈을 내고 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정부가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작업에 더 힘쓰지 않는 한 전기차 대중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전기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지경부는 당초 8월 한 달간 1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지원자는 505명에 그쳤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이 몰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절반밖에 안 모여 당혹스러웠다”며 “아직까지 전기차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처럼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를 ‘전기차 주행의 해’로 선포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시내에 충전소 300개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1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한 프랑스 파리는 도심에 충전소 1100여 곳을 설치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절박한 심정으로 만든 뉴SM3 직접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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