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소비자 모두에 유익한 유통혁신에 보람”… “스마트팜 등 신기술로 생산성 더 높이도록 농민 지원”
허진석 기자
입력 2023-07-24 03:00 수정 2023-07-24 03:00
[The Insight]
김치 이어 인삼도 브랜드 통합 추진, 농민·소비자 모두에 이익될 혁신 지속
농촌 미래 밝힐 청년농부사관학교에 애정
“디지털 영농 등으로 효율성 확 높여야”
농협과 관련한 현안들은 뭔가.
“낮이나 밤이나 농축산물을 제대로 팔아주고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관해 늘 국회에 요청한다. 농협법 개정이 진행 중인 것도 있다. 농협이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개혁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농협이 농민들에게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자금 규모가 약 13조원 가량 되는데, 그 자금 지원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기준과 절차를 만드는 것 등이 담겼다. 제대로 된 자금 지원은 회장으로 취임한 뒤 줄곧 강조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회장이 된 이후 지역 농협의 요청이 있더라도 적자가 난 것에 대한 보전성 지원은 거절하고 있다. 대신에 생산 및 보관시설 같은 시설 투자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무이자 지원 자금은 ‘중앙회장의 통치성 자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더 공명정대하게 관리돼야 한다.”
취임 이후 3년 6개월이 지났다.
의미 있게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여러 지역 농협에 흩어져 있는 김치 생산 및 유통 시설을 통합한 것이다. 작년 4월쯤 만든 통합 브랜드 ‘한국농협김치’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잘 팔린다. 지역 농협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쉽지 않았지만 취임하자 달려들어 결국 해냈다. 판매관리비를 통합하고 유통 과정도 간결하게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농협인삼의 생산·유통 시설 11곳의 통합도 진행하고 있다. 인삼 재배 농가가 1만 9000호나 된다. 그분들이 있으니 (인삼의 정통 브랜드를 만드는 데) 든든하다. 통합을 하면 좋은 성분이 든 농협인삼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 농민에게 또 다른 중요한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에 힘을 보태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농축산물 선물한도를 명절 전후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일조한 것도 보람 있었다. 농민과 지역농협조합장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법 개정 이전 한시적 상향 조정 때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물한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면서 농축산물판매가 명절기간 동안 1조 4000억 원으로 늘었다.”
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에는 어떤 개선이 있었나.
“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은 농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취임 직후 유통 자회사를 통합하는 일에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를 수없이 만나고 설득해 2021년 11월 농협유통 충북유통 부경유통 대전유통 등 4개 자회사를 농협유통으로 통합했다. 도매조직 일원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했다. 상품소싱 오픈 플랫폼 ‘신선플러스’를 최근에 열어 산지 농산물의 판로도 확대했다. 유통구조 합리화는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착한 가격’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농민의 영농비 절감을 돕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작년에 비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농민 부담이 커질 것이 예상됐다. 그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국회와 정부를 쫓아다니며 고생 좀 했다. 그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50%를 부담하고, 농협중앙회가 30%를 부담함으로써 농민 부담은 최소화했다. 이렇게 해서 덜어드린 금액이 3304억 원이나 된다. 올해도 현재까지 약 550억 원을 지원했는데, 연말까지 25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료 가격은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농가에 1188억 원의 이득을 드렸다.”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지을 판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어떻게 대비하나.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보다 130만 명분이 늘어난 500만 명분의 인력을 공급하려 노력 중이다.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와 체류형 영농작업반 운영, 범농협 임직원 일손돕기 확대 및 사회봉사명령자 공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민·관 협력체계를 더 강화해 범국민적인 농촌일손돕기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356만 마리를 기록하면서, 축산농가들은 한우 가격 하락으로 마리당 69만원의 손실을 보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우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올해 2월부터 11회에 걸쳐 한우 반값 할인행사를 한 것이다. 행사 덕분에 한우 소비가 늘면서 경매 낙찰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두당 36만원의 농가 소득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10.8%의 한우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이 먼저 할인을 함에따라 대형 유통업체들도 할인에 나서면서 한우 소비가 확대된 것이다. 하반기에도 12차례에 걸쳐 할인 행사를 할 예정이다. 농산물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할 때도 농협중앙회가 생산자에게 피해가 덜 가도록 이 같은 지원을 한다. 작년에 이런 방식으로 3600억 원이나 지원했다. 판매 가격의 일부를 농협중앙회가 부담함으로써 농축산물의 생산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농축산물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싱싱한 농축산물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우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겠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농촌 소멸 문제에 대해서는 농협중앙회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농촌이 소멸돼 농민이 사라지면 우리 농협의 존재 가치도 없어지게 된다. 농촌 소멸을 막고 늦추는 노력은 누가 중앙회장이 되더라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옳다는 입장이다. 기왕에 해왔던 사업으로는 청년농부사관학교가 있다. 1년에 100명씩 청년들을 선발해 농촌 정착을 돕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457명이 수료했는데 그 중 292명(64%)이 귀농해 정착했다. 최근 들어 그분들이 어디로 귀농해서 무슨 농사를 짓는지 중앙회가 더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다. 그분들끼리 자주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브랜드와 마케팅을 지원하니 귀농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농 정책을 여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귀농 대상자를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 교육과 문화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성의 수요에 맞춘 정책을 펴야 귀농하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여성 귀농자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부인이 귀농을 결정하면 남편이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따라 가는 편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의 활성화는 농촌 소멸 예방에 중요할 계기가 될 듯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농촌과 농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좋은 기회다.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선정되고, 많은 국민들이 고향 발전을 위한 기부 행렬에 참여해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선정되도록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답례품 표준안을 마련해 농민과 농촌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중앙회는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제도 홍보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농협은 금융기관 중 유일한 고향사랑기부금의 수납기관이다. 전국 5900여개 농·축협 및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디지털 사용이 어려우신 분들의 기부금을 받아 드리고 있다. 기부문화가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예정이다.”
농촌 유지를 위한 본질적인 방법은 부자 농민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 아닌가.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농협에서 두 번이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직업 중 최고가 농민이라고 한다. 사람이 생존을 하려면 농산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산물 생산자가 앞으로 굉장한 부를 축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기회를 잡는 농민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농업의 생산성을 더 높이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스마트팜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귀농해서 스마트팜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안성시에 1만 4000평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을 지어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임대도 해 줄 계획이다.
스마트팜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600평에서 딸기 농사로 1년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이익은 절반 이상으로 추정)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지금 우리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2021년 기준으로 1인 평균 1296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이게 최소한 3000만원은 돼야 농민이 그나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농민 개인이 농업 규모를 키워 대단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우리 농협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이 농업에 투자를 해서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농민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어 찬성하기 어렵다.”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까지 오랜 기간 우리의 농업을 지켜봐 왔다. 바람직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은 필수인 상황이 됐다. 최신 농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재래식 농법으로는 절대 식량자급률을 올릴 수 없다. 취임 직후 농협대학에 스마트팜 시설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다. 생산 시설과 방법을 바꿔줘야 생산량이 늘어나고 농민 소득이 올라간다. 농협중앙회는 도시민 생활권에 정보통신기술(ICT) 영농 기법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지원센터’를 3곳에 조성했고, 앞으로 ‘노지 스마트팜’도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종합영농플랫폼 ‘NH오늘농사’는 농업 관련 빅데이터 기반의 모바일 앱인데,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 제공한다. 530억원 규모의 애그테크 상생혁신펀드를 조성해 농업의 생산과 유통 분야 혁신기업을 발굴해 농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하려고 한다.”
농협중앙회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인 듯하다. 이유가 있나.
“농민과 국민들이 보내주신 신뢰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우리 임직원들은 80만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농촌에서 여름 휴가 보내기 등 매월 주제를 정해두고 전사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이 매년 300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부와 봉사의 문화가 조직 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농민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 농협중앙회의 대책은? (호우 피해 발생 이후인 19일에 추가로 한 질문).
“농업인이 애써 키운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17∼18일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전북과 충남, 충북 , 경북지역을 둘러보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우선 피해농업인을 대상으로 영농지원을 한다. 무이자 재해자금 3000억원과 범농협 및 임직원 성금 30억원을 지원하겠다. 병해충 약제는 최대 50%를 할인하고, 공동방제 대행, 침수 농기계 무상수리, 양수기 공급 등도 시행한다. 또 원예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계약농가 경영비 보전, 위약금 면제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축사 긴급방역, 가축진료 및 축산시설 점검, 축산자재 긴급지원 등에도 나서겠다. 피해 농가를 위한 금융지원도 마련했다. 농협상호금융은 집중호우 피해 농가당 최대 1000만원 무이자대출, 피해복구자금 지원, 금리우대, 할부원금 및 이자납입 유예 등을 해 줄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신규 대출 지원, 만기연장, 금리우대, 대출이자 및 카드결제대금 납부유예 등으로 돕는다. 농협생명·손해보험은 신속 손해조사 및 보험금 조기지급, 보험료 납입유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업인들이 하루빨리 영농에 복귀할 수 있도록 범농협 차원의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김치 이어 인삼도 브랜드 통합 추진, 농민·소비자 모두에 이익될 혁신 지속
농촌 미래 밝힐 청년농부사관학교에 애정
“디지털 영농 등으로 효율성 확 높여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직원과의 소통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농협 식품 R&D 통합오피스’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농협홍삼과 농협식품, 농협목우촌 등 식품 계열사 연구원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농협중앙회 제공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당시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는 경기 성남시의 낙생농협에 1971년에 입사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27년이 지난 1998년 낙생농협조합장이 됐고, 2003년 농협중앙회 이사, 2008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에 선임됐다.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에 선출되기까지 농협 일은 그의 손을 떠난 적이 없었던 셈이다. 일생을 농협에서 경험을 쌓은 그가 말하는 농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집무실에서 들었다.농협과 관련한 현안들은 뭔가.
“낮이나 밤이나 농축산물을 제대로 팔아주고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관해 늘 국회에 요청한다. 농협법 개정이 진행 중인 것도 있다. 농협이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개혁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농협이 농민들에게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자금 규모가 약 13조원 가량 되는데, 그 자금 지원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기준과 절차를 만드는 것 등이 담겼다. 제대로 된 자금 지원은 회장으로 취임한 뒤 줄곧 강조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회장이 된 이후 지역 농협의 요청이 있더라도 적자가 난 것에 대한 보전성 지원은 거절하고 있다. 대신에 생산 및 보관시설 같은 시설 투자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무이자 지원 자금은 ‘중앙회장의 통치성 자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더 공명정대하게 관리돼야 한다.”
취임 이후 3년 6개월이 지났다.
의미 있게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여러 지역 농협에 흩어져 있는 김치 생산 및 유통 시설을 통합한 것이다. 작년 4월쯤 만든 통합 브랜드 ‘한국농협김치’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잘 팔린다. 지역 농협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쉽지 않았지만 취임하자 달려들어 결국 해냈다. 판매관리비를 통합하고 유통 과정도 간결하게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농협인삼의 생산·유통 시설 11곳의 통합도 진행하고 있다. 인삼 재배 농가가 1만 9000호나 된다. 그분들이 있으니 (인삼의 정통 브랜드를 만드는 데) 든든하다. 통합을 하면 좋은 성분이 든 농협인삼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 농민에게 또 다른 중요한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에 힘을 보태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농축산물 선물한도를 명절 전후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일조한 것도 보람 있었다. 농민과 지역농협조합장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법 개정 이전 한시적 상향 조정 때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물한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면서 농축산물판매가 명절기간 동안 1조 4000억 원으로 늘었다.”
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에는 어떤 개선이 있었나.
“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은 농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취임 직후 유통 자회사를 통합하는 일에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를 수없이 만나고 설득해 2021년 11월 농협유통 충북유통 부경유통 대전유통 등 4개 자회사를 농협유통으로 통합했다. 도매조직 일원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했다. 상품소싱 오픈 플랫폼 ‘신선플러스’를 최근에 열어 산지 농산물의 판로도 확대했다. 유통구조 합리화는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착한 가격’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농민의 영농비 절감을 돕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작년에 비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농민 부담이 커질 것이 예상됐다. 그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국회와 정부를 쫓아다니며 고생 좀 했다. 그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50%를 부담하고, 농협중앙회가 30%를 부담함으로써 농민 부담은 최소화했다. 이렇게 해서 덜어드린 금액이 3304억 원이나 된다. 올해도 현재까지 약 550억 원을 지원했는데, 연말까지 25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료 가격은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농가에 1188억 원의 이득을 드렸다.”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지을 판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어떻게 대비하나.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보다 130만 명분이 늘어난 500만 명분의 인력을 공급하려 노력 중이다.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와 체류형 영농작업반 운영, 범농협 임직원 일손돕기 확대 및 사회봉사명령자 공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민·관 협력체계를 더 강화해 범국민적인 농촌일손돕기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브랜드 통합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농협김치’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농협중앙회의 농축산물 할인판매 행사를 자주 보게 된다. 지속 가능한가.“국내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356만 마리를 기록하면서, 축산농가들은 한우 가격 하락으로 마리당 69만원의 손실을 보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우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올해 2월부터 11회에 걸쳐 한우 반값 할인행사를 한 것이다. 행사 덕분에 한우 소비가 늘면서 경매 낙찰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두당 36만원의 농가 소득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10.8%의 한우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이 먼저 할인을 함에따라 대형 유통업체들도 할인에 나서면서 한우 소비가 확대된 것이다. 하반기에도 12차례에 걸쳐 할인 행사를 할 예정이다. 농산물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할 때도 농협중앙회가 생산자에게 피해가 덜 가도록 이 같은 지원을 한다. 작년에 이런 방식으로 3600억 원이나 지원했다. 판매 가격의 일부를 농협중앙회가 부담함으로써 농축산물의 생산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농축산물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싱싱한 농축산물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우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겠다.”
“농촌이 소멸돼 농민이 사라지면 우리 농협의 존재 가치도 없어지게 된다. 농촌 소멸을 막고 늦추는 노력은 누가 중앙회장이 되더라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옳다는 입장이다. 기왕에 해왔던 사업으로는 청년농부사관학교가 있다. 1년에 100명씩 청년들을 선발해 농촌 정착을 돕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457명이 수료했는데 그 중 292명(64%)이 귀농해 정착했다. 최근 들어 그분들이 어디로 귀농해서 무슨 농사를 짓는지 중앙회가 더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다. 그분들끼리 자주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브랜드와 마케팅을 지원하니 귀농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농 정책을 여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귀농 대상자를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 교육과 문화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성의 수요에 맞춘 정책을 펴야 귀농하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여성 귀농자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부인이 귀농을 결정하면 남편이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따라 가는 편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의 활성화는 농촌 소멸 예방에 중요할 계기가 될 듯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농촌과 농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좋은 기회다.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선정되고, 많은 국민들이 고향 발전을 위한 기부 행렬에 참여해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선정되도록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답례품 표준안을 마련해 농민과 농촌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중앙회는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제도 홍보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농협은 금융기관 중 유일한 고향사랑기부금의 수납기관이다. 전국 5900여개 농·축협 및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디지털 사용이 어려우신 분들의 기부금을 받아 드리고 있다. 기부문화가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예정이다.”
농촌 유지를 위한 본질적인 방법은 부자 농민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 아닌가.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농협에서 두 번이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직업 중 최고가 농민이라고 한다. 사람이 생존을 하려면 농산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산물 생산자가 앞으로 굉장한 부를 축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기회를 잡는 농민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농업의 생산성을 더 높이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스마트팜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귀농해서 스마트팜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안성시에 1만 4000평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을 지어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임대도 해 줄 계획이다.
스마트팜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600평에서 딸기 농사로 1년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이익은 절반 이상으로 추정)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지금 우리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2021년 기준으로 1인 평균 1296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이게 최소한 3000만원은 돼야 농민이 그나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농민 개인이 농업 규모를 키워 대단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우리 농협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이 농업에 투자를 해서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농민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어 찬성하기 어렵다.”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까지 오랜 기간 우리의 농업을 지켜봐 왔다. 바람직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은 필수인 상황이 됐다. 최신 농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재래식 농법으로는 절대 식량자급률을 올릴 수 없다. 취임 직후 농협대학에 스마트팜 시설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다. 생산 시설과 방법을 바꿔줘야 생산량이 늘어나고 농민 소득이 올라간다. 농협중앙회는 도시민 생활권에 정보통신기술(ICT) 영농 기법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지원센터’를 3곳에 조성했고, 앞으로 ‘노지 스마트팜’도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종합영농플랫폼 ‘NH오늘농사’는 농업 관련 빅데이터 기반의 모바일 앱인데,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 제공한다. 530억원 규모의 애그테크 상생혁신펀드를 조성해 농업의 생산과 유통 분야 혁신기업을 발굴해 농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하려고 한다.”
농협중앙회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인 듯하다. 이유가 있나.
“농민과 국민들이 보내주신 신뢰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우리 임직원들은 80만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농촌에서 여름 휴가 보내기 등 매월 주제를 정해두고 전사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이 매년 300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부와 봉사의 문화가 조직 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농민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 농협중앙회의 대책은? (호우 피해 발생 이후인 19일에 추가로 한 질문).
“농업인이 애써 키운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17∼18일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전북과 충남, 충북 , 경북지역을 둘러보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우선 피해농업인을 대상으로 영농지원을 한다. 무이자 재해자금 3000억원과 범농협 및 임직원 성금 30억원을 지원하겠다. 병해충 약제는 최대 50%를 할인하고, 공동방제 대행, 침수 농기계 무상수리, 양수기 공급 등도 시행한다. 또 원예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계약농가 경영비 보전, 위약금 면제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축사 긴급방역, 가축진료 및 축산시설 점검, 축산자재 긴급지원 등에도 나서겠다. 피해 농가를 위한 금융지원도 마련했다. 농협상호금융은 집중호우 피해 농가당 최대 1000만원 무이자대출, 피해복구자금 지원, 금리우대, 할부원금 및 이자납입 유예 등을 해 줄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신규 대출 지원, 만기연장, 금리우대, 대출이자 및 카드결제대금 납부유예 등으로 돕는다. 농협생명·손해보험은 신속 손해조사 및 보험금 조기지급, 보험료 납입유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업인들이 하루빨리 영농에 복귀할 수 있도록 범농협 차원의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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