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새벽에도 밤에도 하루 300개…카톡 퇴근은 언제?

유덕영기자

입력 2018-01-30 17:33 수정 2018-01-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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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톡 지옥’
새벽에도 밤에도 하루 300개, 카톡 퇴근은 언제???


#2.
오후 11시 야근을 마치고 좀비처럼 집에 들어왔다.
샤워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긴 건 다름 아닌 스마트폰.
아니나 다를까. “카톡!카톡!” 세면대 위 스마트폰이 날 애타게 찾는다.

한국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에 왜 방수 기능이 있는지 잘 안다.

-화장품 회사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3년차 직장인 장연주 씨(가명·26)

#3.
샤워기를 끄고 젖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이게 웬일인가.
아무것도 온 게 없다. ‘아,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누군가는 이를 ‘유령 울림’, ‘디지털 이명’이라고 했다.

#4.
막 잠이 든 12시 반.
카톡 알림이 울린다. 설마 이번에도 환청?
스마트폰 화면에 ‘팀장님’이란 글자가 보인다.

“내일 상무님께 보내드릴 자료 준비는 잘 됐지?”
“넵 준비됐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방 장면)

회사원 사이에선 ‘넵병’ 이라고 부른다.
상사의 카톡에 기계적으로 ‘넵’이라고 보내는 일종의 직업병.

넵이라고 다 같은 넵이 아니다.
‘넹’은 대답은 하지만 일은 이따 하겠다는 의미,
‘네…’는 내키지 않지만 알았다는 뜻,
‘넵 옆에 느낌표’를 붙이면(넵!) 지금 바로 하겠다는 얘기다.

#5.
오전 8시 출근 중 어김없이 단톡방에 매출 보고서와 팀장의 지시가 올라온다.
지옥철에서 누군가 대답이 늦으면 이번에 팀장 없는 단톡방이 울린다.
“ㅇㅇ씨 대답하라”는 과장의 성화가 이어진다.

현재 회사 단톡방만 8개.
‘팀장 없음’ ‘팀장·과장 없음’ 등 단톡방 이름도 참 다양하다.

#6.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카톡이 끊이지 않다 보니
소위 ‘안읽씹(안 읽고 카톡을 씹는 일)’이 불가능한 구조.
10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숫자 9가 사라지지 않으면 팀장이 바로 묻는다.

김부장: “누가 확인 안 했나?” (카톡 대화방 장면)


#7.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들을 대신해
주요 대기업 부장들에게 퇴근 이후 업무 카톡을 날리는 이유를 물었다.

A기업 부장 “누군들 하고 싶어서 그러느냐”
“팀원들은 팀장에게 카톡받죠? 부장은 상무에게 받아요.
상무는 전무, 전무는 부사장에게 받겠죠.
상사도 다 같은 월급쟁이에요. 회사를 다니는 한 어쩔 수 없죠”

오히려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는 말도 나왔다.
“부장 목소리 듣기 싫다고 하니까 전화 대신 카톡하는 거예요.
그럼 차라리 전화할까요?”
(B기업 부장)


#8.
사실 퇴근 후 업무 카톡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근 후 카톡 금지’ 법안을 발의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조차 “우리도 밤 11,12시에 업무 카톡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유사 법안을 낸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대안으로 업무 카톡을 보고
일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수당을 더 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9.
“법으로 금지해봤자 지켜지기 어렵다. 노사가 소통을 통해 퇴근 후
워라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사내문화가 변해야 한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 연구소장)

[연결되지 않을 권리]
퇴근 후 회사나 상사의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주목받는 노동 기본권이다.

#10.
(평일 퇴근 후 업무 목적 스마트 기기 이용시간 그래프)
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75.6%)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업무를 본다.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로 일주일에 10시간을 더 일한다.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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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30. (화)
원본I 김윤종·신규진·서동일·유성열 기자
사진 출처I 동아일보 DB·뉴시스·Pixabay
기획·제작I 유덕영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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