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정자 기증, 이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아연 기자
입력 2017-10-13 17:27 수정 2017-10-13 19:11
#1.
정자 기증, 이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2.
방송인 허수경 씨, 기억하시나요?
허 씨는 2007년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유명 인사의 일로만 생각했죠.
#3.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얘기’가 아닙니다.
형제나 지인,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 즉 비(菲)배우자에게 난자와 정자를 기증받아 이뤄지는 임신 시술 건수가 한 해 10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비배우자의 정자·난자를 이용한 시술이 늘어난 건 난임환자의 증가와 직접적 관련이 있습니다.
남성 난임의 증가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포털 사이트 육아카페에선 남편의 무(無)정자증으로 인해 타인 정자를 기증받았음을 암시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죠.
#5.
전문가들은 남성 난임 진료 자체가 늘어났고, 오래 앉아 있는 근무환경과 비만, 스트레스 등을 남성 환자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김재명 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장 “보통 남성 난임 환자의 20¤30%가 정자 형성 장애와 무정자증 환자로 알려져 있다”
#6.
비배우자 간 임신시술은 일반 난임시술에 비해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공식 집계된 통계 외에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시술을 합하면 한 해 비배우자 간 시술로 태어나는 출생아 수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7.
하지만 이런 추세에 비춰 한국의 정책과 제도는 사실상 백지나 다름없는 상황.
#8.
“난임시술을 하는 민간병원에만 맡겨놓다 보니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자·난자) 기증자가 늘 부족한 상황. 주차장은 있는데 차를 대지 못하게 만든 것과 다를 바 없다. 난임부부들로 하여금 불법적 경로를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상찬 세화병원장)
불법적 경로란 생식세포 매매나 대리부·모를 일컫는 것. 실제 복지부가 불법 대리부·모 사이트를 적발한 건수가 지난해 127건에 이릅니다.
#9.
1200여 건의 시술이 이뤄지는데도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점은 큰 문제로 꼽힙니다.
2004년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조작 사태 이후 난자 사용 지침은 마련됐지만 정자와 관련해선 기본검사 외에 통일된 지침이 없습니다.
#10.
이에 복지부는 부산대병원과 함께 표준 작업지침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공공(公共)정자은행 건립 논의도 시작했습니다.
#11.
“난임시술 건강보험 급여화로 급여지원이 되는 비배우자 정자·난자 임신도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가 조속히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2017. 10. 13. (금)
동아일보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원본| 이미지 기자
사진 출처| 동아일보 DB·뉴스1·뉴시스·픽사베이
기획·제작| 김아연 기자·엄소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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