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순교의 피는 북한 사람의 몫인가?
원본| 주성하 기자,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신슬기 인턴
입력 2017-07-20 13:34 수정 2017-07-20 15:01
#.1
순교의 피는 북한 사람의 몫인가?-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2
J집사님께
집사님이 보낸 “북한에서 무기노동 교화형을 선고받은 김정욱 목사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숨진 뒤
북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3명의 귀환이 다시 관심사가 됐죠.
#.3
그런데 저는 함께 기도하지 못하겠습니다.
김 목사의 2014년 평양 기자회견을 봤거든요.
그는 “저는 범죄자다. 국정원 지시에 따라 북쪽 사람들을 남한 첩자로 중개했다. 저의 반(反)국가 범죄를 사과한다”고 하더군요.
당시 회견장에선 김 목사 지시로 간첩 활동을 했다는 북한 주민들의 자백 영상도 상영됐죠.
그들은 이미 남한 간첩으로 몰려 죽었을 겁니다.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조차 없었죠.
김 목사가 선고받았다는 무기형이 그들에겐 간절한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4
그 북한 주민들의 죄라곤 중국 단둥에서 한국 선교사를 만났던 것밖에 없습니다.
몰래 성경 좀 읽고 용돈이나 받자고 생각했겠죠.
단둥의 그 선교사가 무책임하게 제 발로 평양에 올 줄은,
보위부에 체포돼 자신들을 국정원의 간첩이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고문당해 어쩔 수 없이 불었다고 하지만
김 목사의 이익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북한 주민들은 무슨 죄입니까.
#.5
저도 북한-중국 국경에 너무 가고 싶지만 가지 않습니다.
제 목숨도 문제지만 제가 체포돼 수많은 사람이 연쇄 피해를 볼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위부에 납치돼 저의 지인들을 줄줄이 불어 그들을 죽게 하고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남한의 첩자다. 제발 나를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장면은 상상조차 끔찍합니다.
#.6
한때 북중 국경엔 탈북자 선교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죠.
탈북자에게 비밀리에 성경을 가르치는 소위 통독반도 즐비했고요.
이 선교자들의 처소가 공안에 발각되면 일어나는 일은 비슷했습니다.
선교사는 한국으로 추방됐지만 탈북자는 북한에 끌려가 죽음을 당했죠.
저는 기독교를 믿었다고 고문을 받다 죽은 탈북자를 북한에서 직접 봤습니다.
#.7
왜 순교의 피는 오로지 탈북자만의 몫인가요?
김 목사가 무사 귀환하면 선교 대상 북한 주민들은 죽고 한국 선교사만 살아 돌아오는
기록이 또 하나 생길 겁니다.
이슬람 국가에서의 선교보다 천 배, 만 배 힘든 것이 북한에서의 선교입니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위해 독약을 삼킬 각오가 됐을 때 북한 선교에 나서십시오.
2017. 7. 20 (목)
원본| 주성하 기자
사진 출처| 동아일보 DB·뉴시스·뉴스1·Pixabay·AP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신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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