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야방北女’-쉬운 돈벌이의 유혹

김재형기자

입력 2017-06-23 18:37 수정 2017-06-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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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방北女’ -쉬운 돈벌이의 유혹

#.2
“손짓 몇 번이면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었어요.
옷을 벗는 게 점점 부끄럽지 않았죠.”
탈북자 이현주(가명·26) 씨의 눈에 비친 자본주의는
‘옷 한 번만 벗으면 돈이 들어오는 세상’이었습니다.

#.3
2014년 3월 이 씨는 북한을 탈출해 홀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먹고살려면 직업을 구해야 했죠.
북한에 남은 할머니와 동생들의 생활비도 부담이었습니다.

#.4
이렇다 할 기술도, 아는 사람도 없는 한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자신과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활비를 번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죠.

#.5
같은 해 10월. 인터넷에서 구직 정보를 찾다가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한 개인방송을 보고
이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6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민망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에 놀랐고
또 누리꾼들이 너무 쉽게 지갑을 여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7
‘모질게 마음먹자!’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가량 인터넷을 뒤져 온라인 용어를 익히는 등 방송법을 배웠습니다.

#.8
같은 해 12월 이 씨는 한 동영상 사이트에 직접 개인방송을 개설했습니다.
소속사를 찾아가면 편하지만 수익의 절반 이상을 줘야하기 때문이었죠.
말투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누리꾼들은 그가 탈북자인지 알 수 없었죠.

#.9
컴퓨터 모니터 속 이 씨를 바라보는 남성들은 환호하며 팝콘(일종의 가상화폐)을 보냈습니다.
여자로서의 부끄러움은 늘어나는 통장 잔액을 보면 씻겨 내려갔습니다.

#.10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1만 원을 낸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방송에서는 유사 성행위까지 했습니다.
수입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1
이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한 달에 300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러고도 수중에 400만 원가량이 남았죠. 고급 외제차와 명품 의류를 사들였습니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천국이었습니다.

#.12
이 씨는 올 3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성인방송을 하며 약 26개월 동안
1억3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3
“이 씨의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 처음에 북한 사람인 줄 몰랐다.
본인이 말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경찰 관계자

#.14
성인방송에 탈북여성이 등장한 건 이 씨뿐이 아닙니다.
2015년에도 탈북여성을 BJ로 고용해 음란방송을 시킨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BJ들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죠.

#.15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것. 성인방송이 죄가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
-이현주 씨

“국내 정착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
탈북자에게 맞는 적성별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원본: 신규진·이호재 기자
사진출처: 동아일보 DB·뉴스1·뉴시스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김유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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