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6층 난간에서 칼바람 맞고 있던 고양이의 운명은

노트펫

입력 2021-01-08 17:13 수정 2021-01-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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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강추위 속 빌딩 6층 난간에서 칼바람 맞으며 바짝 움츠리고 있던 고양이의 구조 모습이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했다.

지난 7일 저녁 무렵 경기도 성남시 길고양이쉼터 따뜻한공존의 SNS에 성남시 모란역 인근 빌딩의 난간 벽에 바짝 붙어 있는 고양이가 담긴 영상들이 올라왔다.

6층 사무실에 근무하던 남성이 이날 낮 고양이를 발견하고, 여러 곳에 도움을 청하다가 따뜻한공존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고양이를 구조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었다.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했던 지난 6일 저녁부터 난간 벽에 붙어 있었다고 했다. 건물 청소원이 밖으로 내보내고 창을 닫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도 했다.

첫 영상이 게시됐을 때는 이미 하루가 지난 상황. 고양이는 꼬박 하루를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그 자리 주변에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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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부른 사다리차에 따뜻한공존 관계자와 6층 사무실 남성이 올라탔고, 다른 관계자는 6층에서 고양이가 잠들지 않도록 큰소리치며 계속 깨웠다.

영하 10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칼바람까지 부는 사이 고양이의 몸은 이미 언 채였고, 고개만 간신히 움직일 뿐이었다.

사다리차가 고양이에게 거의 다 다가갔을 무렵 고양이가 갑자기 몸을 움직였다. 낯선 인적을 느끼고서는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6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어찌될 것은 뻔했으니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하려던 생각은 접어야 했다.

6층의 사무실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구조 방법을 바꿨다. 창문을 뜯고, 불을 끄고, 사무실 안에는 포획틀과 함께 따뜻한 난로를 켰다.

바람이 거세 고양이가 들어오다가 행여 떨어지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양이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녀석은 따뜻한 공기를 감지했는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양이의 다리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게 보였다. 철제 난간 바닥에 발이 얼어붙었는지 고양이는 발을 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움직이다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조팀은 큰 담요를 들고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다행히 고양이의 발은 바닥에서 떨어졌고 고양이는 뒷다리를 절뚝이며 뜯겨진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척, 척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가 사무실로 들어온 거였다.

다시 나가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고 붙잡아 포획틀에 집어 넣고 보니 아직 다 크지 않은 턱시도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난간 쪽으로 나간 복도 쪽 창문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고양이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끊임없이 점프하고 점프했지만 닫혀진 창문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이 고양이는 6층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고양이를 발견하고 구조 과정에도 발벗고 나선 남성이 병원 퇴원 후 임시보호까지 해주기로 했다고 따뜻한공존은 전했다.

따뜻한공존은 그러면서 "(구조) 영상을 찍는건 우리가 뭘 했나를 증명하는게 아닌 이런 일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고양이가 처한 현실을) 알려야 바뀌고, 알아야할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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