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의 자유를 박탈당한 고양이
노트펫
입력 2021-01-03 13:12 수정 2021-01-03 13:12
[노트펫] 인간이 사는 마을에는 사람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도 같이 산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 세상에서 분리되지 않는 특별한 동물이다. 특별한 동물답게 다른 동물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특별한 우대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동반자, 파트너라는 의미를 가진 반려동물이다.
그런데 개와 고양이는 같은 자유를 누리지는 못한다. 다른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개의 자유는 제한적, 고양이의 자유는 무제한적이었다. 제한적 자유만 받은 개는 자기 주도 자율적 외출이 금지되어 있다. 사람들이 만든 법(동물보호법)에는 외출을 하려면 리드줄을 해야 한다.
목줄 이외에도 로트와일러(Rottweiler), 도사견(土佐犬, Japanese Mastiff), 아메리칸 핏불테리어(America Pit Bull Terrier),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American Staffordshire Terrier), 스태퍼드셔 불테리어(Staffordshire Bull Terrier) 등 맹견으로 분류된 다섯 품종의 개들은 입마개까지 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주인과 함께 하는 개의 외출 시간도 길지 않다. 길어야 하루 한두 시간 정도다. 그것도 개에 대한 충만한 사랑이 넘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인을 만나야 가능하다.
1970~80년대 한국의 주거 형태는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았다. 그 시절 집고양이는 회사원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 아침에 밥을 먹고 회사원이 출근하는 것처럼 밖으로 외출했다. 그리고 회사원이 퇴근할 시간이면 귀가했다. 네발 달린 고양이가 시계를 차고 다닐 일은 없다. 하지만 귀가 시간은 일정했다. 몸에 배꼽시계를 넣고 다녔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자유가 허용된 것은 쥐 때문이다. 쥐는 신출귀몰한 동물이어서 좁은 틈으로 순식간에 도망을 가서 숨어버린다. 따라서 고양이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지 않으면 쥐를 잡을 방법이 없다. 고양이는 자신의 일과인 쥐 사냥 덕분에 일신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고양이의 자유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거세다. 한국인의 주거 형태가 이미 바뀌었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은 20세기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3만 달러를 넘었고,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해도 선진국이다.
모든 것이 풍족한 한국에게 부족한 것은 국토다. 간척사업으로 국토를 넓히는 것은 환경, 경제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실적 해결방안은 하나뿐이다. 고층 건물을 지어 새로 창조된 공간에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 고층 아파트다.
1970~80년대 단독주택은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형태였다. 하지만 그 지위는 급속히 공동주택에게 넘어간다. 주거 형태의 변화는 고양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단독주택과 달리 공동주택은 견고한 성과 같다. 철옹성 같은 공동주택을 쥐가 뚫기는 어렵다. 더 이상 고양이에게 구서(驅鼠) 업무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일이 된다.
또한 사람과 함께 아파트로 들어간 고양이가 수십 층의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다른 주민들과 함께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도시의 고양이들은 선조와는 다르게 외출의 자유를 박탈당하게 됐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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